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2013/01 +2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3. 1. 29. 01:02

월요일은 늘 마음이 바쁘다. 달리 휴일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규일시계약직인 나이지만, 주말엔 꼼짝없이 아이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요일이면 뭔가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논문을 끝내서 이박이 된 이박과 미뤄두었던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로 했다. 그것도 오전 10시 반껄루. 다행히 어린이집도 늦지 않고, 영화 시작에도 늦지 않았다. 아이맥스관에서 봤는데 호랑이가 막 잡힐 듯이 보여서 촌년맹키로 막 손을 휘저어보았다. 시각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철학이 영상에 담겨있어서 기뻤다.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영화관에서 나와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길에서 한 시간 가량을 허비하고, 겨우 작업실에 가 앉으니 인터넷이 안 돼서 또 몇십분을 허비하고, 아빠에게 넘겨준 캠코더가 윈도우컴에서 인식이 안 돼서 또 그걸로.. 뭔가 비효율적인 하루였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엔 늦어서 아랫집 언니에게 강이 퇴원을 부탁하고, 덕분에 모여서 저녁먹으며 놀았다. 언니는 시바스리갈을 가져왔다. 후후.

밤늦어서야 다시 책상에 앉는다. 아니, 벌써 화요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이 좋다. 그래서 트위터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블로그도 돌아다녔다. 지금은 트위터를 그만둔지 4개월쯤 되었고, 페이스북은 물리적 거리가 먼 이들과 가끔 안부를 묻는 도구가 되었고, 블로그는 비었다.텀블러에 일기를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도 한 달에 두어번을 채우지 못했다. 다른 이들의 블로그도 바빠보이진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과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이 좋을수록 더 쓰기 어려워진 거 같기도 하다. 여하튼 긴 글은 쓰기 어렵다.

굳이 1월에, 너무 새해 결심 티 나게 여기에 뭘 쓴다는 건 작심삼일을 예고하는 거나 다름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록해둬야겠다. 기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