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수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4. 11. 16:46

- 지난 일요일부터 영어스터디?를 시작했다.

머릿속에 맴맴 돌던 말들은 밖으로 나올줄을 몰라 무척 답답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시작하는 기분이 좋았다. 예전보다 리스닝이 많이 는 거 같아서 그것도 좋았고.

한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배울 때 더 답답하기도 하다. ㅈㄴ 말하고 싶어... 근데 몰라.. 어후.. 그런 기분.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겠지만,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위한 말이라도 하고 싶다. 

영어 공부는 나름대로 꾸준히 해온 편인데, 실력이 느는데에 의의를 두지 않고 배우는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에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당당)

좋아하는 걸 꼭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 작심한주 페이퍼를 만들어 체크 중이다.

한주동안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를 만들고 그걸 하면 요일에 색칠을 하는데

블로그 글쓰기도 포함. 월, 화엔 못했으니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다른 항목 중에는 '5분 광합성하기'도 있다.

점심먹고 잠깐씩 산책을 하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화분이랑 같이 뒷베란다 산책이라도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햇볕 쬐고 오면 마음도 뜨뜻해진다. 

햄언니가 사준 치자나무와 내가 사다 놓은 바질 화분을 돌보는 것도 즐겁다. 치자꽃이 활짝 피어서 향이 제법 주변에 은은하게 퍼진다.

꽃피기 전에는 아무런 향기도 없어서, 꽃 핀 담에 동료들에게 맡아보라고 강제로 화분을 들이밀고 '우와'하는 리액션을 받아내는게 요며칠의 즐거움.



치자치자~



토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4. 7. 17:46

토요일에 출근하면 때때로 몸이 묶인 채 일하는 거 같다.

다른 업체들은 대체로 쉬는 날이니까 연락을 하기도 애매하고, 교대근무라 절반의 직원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결국 혼자할 수 있는 일들만 한다.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조하고,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메모해야 할 내용들을 적어두고.

오전행사가 있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오후 서너시쯤 되면 '월요일에 해야 할 일'에 하나 둘 to do list를 적게 되는 토요일.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

어제 만나고 나서 못다한 얘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떤 말들인가가 맴돌았다.

하지만 아침에 정신없이 출근하고 오전을 바쁘게 보내고 나니 뭘 써서 보내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얘기였던 거 같은데..

생각나는 건 그 때 그 때, 묵히지 말아야 하나보다.

말로 휘발시켜버리지말고, 어딘가에 기록하면서.


책상 위에 놓인 치자나무도 곧 꽃을 피울 듯하다.

봄이 어서 왔으면.

따뜻한 날이 되면 마음도 조금은 여유로울지도.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4. 1. 16:06

일요일 아침, 

딩동. 

내복을 입은 채로 아이가 뛰어나가 친구를 맞이한다.

서로의 약속도 없이, 부모들끼리의 합의같은 것도 없이 

그냥 내킬 때 벨을 눌러서 만나는 사이.


'초등학교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준다'는 말에 눌려 아이가 1학년 내내 나 혼자 안절부절했다. (뭘 하지도 못하면서)

내 걱정과 별개로 아이는 조금씩 자기 삶의 반경을 넓혀가더니 

눈물과 싸움과 서운함을 지나 친구들을 만들었다.

나도 이제는 '아이가 속상해할 때 백업군' 정도로 내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고.


내가 이 녀석의 또래였을 때, 우리집은 동네 놀이터였다.

어른들은 없고, 잡동사니가 많고(장난감이 아닌 '진짜'를 가지고 놀 수 있다!), 어질러도 나중에 혼나지 않는 특이한 집(왜냐면 원래 어질러져있어서)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와 엉망이 되어 있는 집을 보고 가슴이 턱턱 막혔을 엄마의 심정은 30대가 되어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일드 '마더'를 보다가 그 예쁜 아이를 학대한 엄마를 이해하게 됐던 장면,

혼자 아이를 키우며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가득 찬 양동이에 물 한 방울 같았던, 엉망인 집과 너무 예쁜 아이... 

겨우 삼십대에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을 엄마를, 아직도 온전히는 잘 모르겠다. 


아침부터 와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 먹이고

빨래와 설거지를 마친 뒤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니

영락없는 일요일 주부놀이다. (feat.야구)

아무 것도 쓰지 못하는 요즘의 나에게 실망할 때도 많지만

무언갈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는 요즘의 나는 참 편안한 거 같다.

하지만 어떤 짜릿함은 '그 일'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

언젠가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3. 29. 17:33

지난주 목요일에 갑작스레 아픈 이후 일주일 넘게 금주 중이다. (마지막 음주 지난주 화요일)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반주를 홀짝홀짝하는 게 큰 즐거움인데, 그걸 못하는 게 아쉽다.

원래 블로그를 다시 써야지 결심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카테고리가 "오늘의 술상"인데!

한의사님은 최소 2주 금주를 권하셨다. 술을 못 먹는 거 자체가 괴로운 것은 아니다. 거기에 딸려오는 맛있는 음식과 불콰한 수다, 한 톤 높은 웃음소리 같은 게 그리운거지. 


어젠 정말 오랫만에 영화관에 갔다. 어둡고 막혀있는 곳에 가는게 꺼려졌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덩케르크'니까 거의 9개월만에 간 듯.

영화관에 들어가서부터 심장이 두근거려서 정 안되면 나가자고 결심했다. 좋아하는 감독님의 오랜만의 신작이라 꼭 보고 싶었는데,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감독님께도 양해를 구하고, 버틸때까지 버텨보자 생각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고 나간 마스크가 큰 도움이 됐다. 심호흡. 불안감 잊기. 상담받으며 들었던 몇 가지 법칙들을 기억했다. 들고 간 가방의 손잡이를 꼬옥 쥐고 손을 주물러 온도를 높이기도 했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 견뎌서 스스로를 양껏 기특해해주기로. 영화가 짧았던 것도 고마웠다. 흐흐.


몸의 변화를 어떻게 기록해두어야할까? 

오늘은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을 읽었는데

나는 아주 민감한 편은 아니고 약간 민감한 편에 속하는 사람인 거 같다. 그 중에서도 외향성이라는 가면 장착이 잘된.

나를 위해 읽은 책인데 나보다는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조만간 정리해봐야겠다.


오늘따라 반차/연차 낸 직원들이 많아서 사무실이 한산하다.

마음껏 딴짓을 해도 거리낄 것이 없음.

어디선가 이 블로그를 사찰하지 않는한... 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훗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3. 26. 11:50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뚫고 출근. 루틴한 삶이 주는 분명한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정말이지 차를 유턴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분되지 않는 뿌연 하늘을 보며, 연료가 부족하다며 가까운 주유소를 찾겠다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확 고마 확...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며칠 앓은 뒤라 커피 대신 매실차를 타 먹고, 밀린 메일에 답을 하고, 책상위에 올려진 결재판들을 정리하고, 복사할 것, 제출할 것 분류하고 나니 오전이 다 간다. 월요일 오전은 마음은 바쁘고 일은 천천히 진행되는 그런 시간.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완벽한 적이 없어서- 작심삼일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나는 완벽주의자. 하루 안 하더라도 그냥 다음날 걸 하면되는데 한번의 실패를 전체의 실패로 자꾸 생각한다는 거지. 올해는 긍정긍정 열매를 먹고 그래그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에 수반되는 소소한 기록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한 주 빼먹고 나니 그냥 쭉 안 해버림.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든말든 꾸준히 하겠다!라는 결심과는 별개로, 이런걸 써야지 저런 걸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헛소리라도 채우는 걸로 이렇게 업무시간을 낭비 중.


그러니까 작심한달로 멈춰버린 그 기록이 뭐냐면,

그래그래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세 줄 작성하는 '칭찬일기'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결국 그 생각에 사로잡혀 변화가 어려우므로 생각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라는 것이 내가 올초 읽었던 책의 요지.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할 것을 기록하고 그걸 기억하는 게 칭찬일기다. 별 거 아니군, 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쓰려니 내가 얼마나 자기비하와 반성의 패턴에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실수한 것, 고치고 싶은 것은 정말 잘 기억하는데 칭찬할 거리는 찾기 힘들었다. 하루 세 건만 쓰면 되는 건데도! 밀린 거 다쓰고 해야지, 생각하다가 아예 수첩이 서랍에 들어가버린지 한달이 넘었다. 밀린 건 포기하고, 오늘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걸 칭찬기록으로 넣어야지. 후후. 월요일 기념.


곧 점심시간이니까 월급루팡짓은 그만두고 업무로 돌아가야지.

흐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