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2008. 10. 20. 02:42
루씨에서의 일요일은 아주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비몽사몽으로 눈을 떠서 습관처럼 티비 리모콘을 잡으면
티비에서는 출발 비디오 여행을 해 준다. (가끔 조금 일찍 일어나면 육감퀴즈 그런 걸 보기도;;)
출발 비디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잠을 깨고
그 다음은 그 주에 보고 싶었던 드라마 재방송을 골라 보면서 슬슬 밥을 차려 먹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밀린 설거지도 하고, 재활용품들도 모은다.
그럼 대략 5시쯤이 되고, 그럼 패밀리가 떴다를 보고 그 담엔 가끔 1박 2일, 가끔 우결.
한동안 엄뿔에 열광했는데, 이젠 주말드라마는 별로.
그 후엔 저녁을 차려 먹으며 다음주 계획을 짜거나 블로그에 뭔가를 써대곤 한다.
결국 티비와 함께 하는 일요일이란 얘기.(그것도 공중파 밖에 안나오지만 ㅎ)

오늘은 원래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오늘까지 마감이었던 기획서를 하나 쓰고, 작업 프로덕션 노트를 만들고, 영문 기획서 하나를 꼼꼼히 읽고, 여름옷을 정리하고 가을옷을 꺼내고, 화장대를 정리하는 기타 등등.
1번 태클은 야구.
오랜만에 전이닝 관람. 빨래를 개면서 보긴 했지만, 차마 그걸 끄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열받아서;;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은 정말 안 풀리더라. 고영민이 도루를 그렇게 열심히 해서 3루까지 갔는데 아웃. 주자 만루에 아웃. 겨우 1.3루 진출에 또 아웃... 안타를 그렇게 쳐 대고도 점수를 못 냈다. 쩝.
<허무한 영민씨..;;>

그 담 2번 태클은 예상치 않았던 손님.
어제 내가 예상치 않은 친구를 데리고 온 전적이 있는지라 오늘 룸메의 친구도 일단 오케이를 해 놓고, 집을 둘러보니 개난장판. 결국 30분만에 초스피드 청소를 하고, 여유있는 저녁 시간 대신 룸메 친구의 인생슬픔을 듣는 술자리를 갖게 됐다.

그래 놓고
일요일은 원래 쉬어야지, 일은 무슨 일, 이라며 먼산을 바라보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나...
약간 아쉬운 일요일이다.

+) 2번 태클로 참여한 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사람에 대해 함부로 안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
사람들은 자기 잣대로 남을 평가하고 해석한다.
사실 그 사람의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자기가 아는 만큼 딱 고만큼만 보는 거니까.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걸 더 주의해야겠다.
쉽게 평가하지도 말야야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줄도 알아야지.

+) 11시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오랜만에 룸메와 터벅터벅 극장으로 걸어가 미쓰 홍당무를 보았다. 아주아주 반가운 영화였다. 게다가 극장엔 우리 빼고 한 명의 손님밖에 없어서 맘 놓고 릴렉스 상태서 보았더니 더 즐겁. 이유리 선생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