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2008. 11. 8. 03:54
일기를 쓰기로 했다.
컴퓨터에 뭔가를 쓰는 것이 이상하게 자꾸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게 돼버려서 종이에 뭔가를 좀 써 보려고 한다. 매일매일, 매일매일 무언가를 하면 그 매일의 힘이 언젠가는 내게 와 줄 거 같아서, 룸메에게도 매일매일 할 일 하나를 부탁하고, 나는 일기를 쓴다.
그래봤자 이제 겨우 3일 째니까 작심삼일, 돼 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도 요즘 자꾸 나에게 관심이 생긴다.
어떨 땐 엄청 안쓰러워서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다가도
어떨 땐 너무 못나서 때려주고 싶다.
싫어하는 사람을 미워하면서 닮아가는 대신
실수투성이더라도 사랑해 주는 로렐라이와 로리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일기 한 장 쓰면서 참 거창하기도 하지.
일기장이 맘에 들랑말랑 해서 오늘 교보가서 하나 사 볼까 했는데
마음에 드는 건 너무 비싸고
마음에 안 드는 걸 사기엔 내게 여분의 공책이 너무 많다..
그러고보니 다시 새 다이어리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군.
내년엔 깜장색말고 좀 불그스름하니 강렬한 색을 택해봐야지.

빠르게 말고
천천히 가기.

여행 다녀와서 남은 필름으로. 비 오던 9월 어느 날. 카메라는 롤라이 3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