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딸꾹질

월화수목금토일2006. 12. 20. 16:52

딸꾹질을 하며 그는 계속 웃었다.
딸꾹 딸꾹
큭큭큭

그의 웃음이 너무 좋았지만
사실은
웃는 그 입술에
뽀뽀를 해 주고 싶었는데.

딸꾹딸꾹
큭큭큭
그 사이에 틈이 없었다.

그녀를 엄청나게 미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게 왜 이런 고통을 주는 거냐고
이렇게 어린 내가 왜 벌써 이런 일들을 겪어 내야만 하는 거냐고
그녀와 그녀의 며느리와 그녀의 며느리의 딸인 나를
원망하며 울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녀는 육식동물 같았다.
매서운 눈빛.
엄청난 식욕.
남은 음식들을 먹어치우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사실 나는,
무서웠다.

그녀의 굽은 허리 딱딱해진 어깨 지문조차 남지 않은 손가락
손을 대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차가운 지하수 물에
설거지를 하는 핏줄이 불툭거리며 솟아나온 손
그 손으로 돌리는 맷돌
빠지는 배꼽
기워진 옷들 이불들 샘플 천 조각

나.

수줍은듯 얼굴이 발개진 아이처럼
이상하게 붕붕,
그런 날이었다.

냅다 전화를 걸어 눈물을 뚝뚝 흘리질 않나
할 일 쌓아놓고
딴짓에 딴짓으로 꼬리를 물다가
몇 시간을 그냥 보내질 않나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기분은 계속 벙.

그래도 갑자기 터져준 눈물 덕에 마음 한 켠이 조금은 시원해진 날.
그게 지금의 내 마음이라고
내 마음이 애써 내게 소리쳐준 날.

위로가 필요해.
보고싶다.

투정

월화수목금토일2006. 10. 9. 21:54

이틀을 꼬박 앓고 나서
문득
나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나보다
생각한다.

별볼일없는 연휴였지만
사람들 선물을 사면서
낚시터에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것이 어디 멀리 떠나가 있는 것마냥
내 삶에서 분리될 수 있는 어드메 있는 것처럼
그렇게, 굴었다.
집으로 오자마자 열이 끓었고
온 몸은 바늘로 찔러대듯 아팠다.
몇 번이고 선잠에서 깨는 사이
나는 비슷한 꿈을 꾸었고 비슷하게 괴로웠는데
그 꿈은 대부분 나의 일상이었다.

몸이 아프면 생각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랬었던 적도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럼 누군가가 이제 좀 쉬렴,
그렇게 말해주길 바랬고
병실에 입원해서 책이나 줄창 읽을 일을 꿈꿨다.
그런데 막상 몸이 아프니
머리를 아프게 하는 생각은 그대로이고
머리만 더 아팠고
어치피 미루지 못할 일들이, 할 수 있는 시간만 줄어들며 마음을 괴롭힐 뿐이었다.

마구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나 이렇게 아프다고 힘들다고
근데 그것도 예전만큼 쉽지가 않았다.
내가 그만큼 멀리 온 걸까. 무뎌진 걸까.
굴을 사와 죽을 끓여주던, 어떤 날이 떠올라
잠깐 눈물이 났다.
아직 덜 무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