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매년말마다 다이어리 고르기에 열과 성의를 다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쏘-옥 드는 다이어리를 만나는 건 정말 큰큰큰 기쁨이다!
다행히 작년엔 썩 멋진 녀석과 함께 해서
꼬박 1년을 하나의 다이어리를 쓸 수 있었다.(처음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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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이 작년에 나와 함께한  다이어리.
손바닥만한데다가
다른 번잡스러운 것 없이 위클리만 있는 것도 좋았고,
위클리의 칸이 널찍한 것도 좋았고,
널찍한 면으로 넘기게 되어있는 것도 좋았다.

표지의 그림도 한 몫!

그래서 이걸 한 해 더 쓸까 하다가,
새로운 걸 골라야지 하고 열심히 골라봤는데 썩 맘에 드는 건 없었다.
저런 스타일이라면 양지 다이어리라도 살 의향이 있었는데... 위클리가 세로로 된 건 없더라.
교보, 텐바이텐 등을 서너번 돌아다닌 후
겨우 새로 산 녀석은 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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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녀석에 비해 크기는 두 배 정도,
그치만 위클리가 큰 게 맘에 들었다.
또 이것저것 끼워 놓을 수 있는 비닐 커버가 있는 것도,
공책 겸해서 쓰려고 일부러 큰 걸 샀는데 무겁지는 않았다.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작고 세로로 넘기던 것에 익숙해져서 좀 아쉬웠던 찰나-

오늘 경기문화재단에서 다이어리와 노트, 캘린더 등을 보내왔는데!
검은 가죽커버의 작은 다이어리는 내가 찾던 바로 그것! 이었다.
날짜도 박혀있고, 작고, 세로로 위클리를 쓸 수 있다..ㅠ.ㅠ
마음에 드는 녀석을 발견해서 좋기도 하지만, 새로 산 녀석은 어쩔지 고민이 된다.

아으- 다이어리 고르기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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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에 눈이 왔어요.
3일만에 돌아오는 집 앞에는
소복하니 눈이 쌓여 있었죠.
고갯길을 넘어와야 하는 마을 버스 안에서는
꽃다발을 들고 있는 남자가 옆에 앉았어요.
12시가 넘은 시간,
그는 누군가에게 그 꽃을 주기 위해 버스에 올랐나봐요.
전화통화를 하는 그 얼굴이 계속 환해서
스치는 꽃향기가 제법 어울려보였죠.

그 덕분에 나는 오늘,
              아주 조금 외로웠어요.


<작년, 평택으로 가던 기차 안, 그 때도 눈이 많이 왔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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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으로 알아보는 성격테스트는 여기서 해 볼 수 있음

밤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이상한 걸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음하하

근데 내 성격은-_-
모범인간처럼 나왔다. 나 정말 이런 훈늉한 인간인거야? ㅋㅋ
절 아는 누군가... 어떠신가요?

어제였나, 그제였나
동생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했다.
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다 모르겠지 않나?
나도 뜬금없이 이야기 한다.
근데 난 정말 모르겠어. 알까 싶은 순간에도 아닌 거 같아.

그녀의 대답을 듣고 생각해봤다.
나라고 뭐 다르겠는가.
타인을 이리저리 분석해보기 좋아하는 나로선
아빠에 대한 분석을 수천번도 넘게 더 해 봤지만
그래, 사실 어떤 순간에 그는 놀라워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래,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은 참 알기 어려운 존재다.

요즈음에 아빠는 외로운 거 같다가도 아니고 주눅든 거 같다가도 아니고 젊어진 거 같다가도 늙어보인다. 나이가 들었으니 늙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역시,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의 늙음은 이상한 상실감을 가져온다.

아빠는 거의 매일 나에게 전화를 한다.
집에는 들어갔나, 밥은 먹었나
이게 주요한 통화내용이긴 하지만 내 핸드폰에는 그의 젊어보이는 사진과 함께 매일 '아부지'라는 글자가 뜬다.
오늘은 술을 얼큰하게 드시고 전화.

어디냐, 일은 잘 되나, 밥은 먹었나, 로 이어지던 통화는
금의환향하여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는 막내 삼촌 이야기로 옮아갔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배웅하러 공항에 나온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대전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할머니와 함께 공항에 나온 할아버지는 올해 아흔이 되신다.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고생하셨겠다, 추운데 올라오시느라고. 그래도 막내 보시겠다고 올라오셨네.
아빠가 말한다.
아빠보다 삼촌이 더 낫지?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도 하고.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우셨겠지?

그러셨겠지, 아빠도 얼른 할아버지 자랑스러워 하실 일 하나 만들어야겠다!


얼큰하게 취한 목소리의 아빠가 웃는다.
얌마, 아빠는 존재 자체로도 자랑스러운 거야. 흐흐

아이구 그러셔.
나도 웃는다.
아빠가 그 농을 하면서 마음 한 켠이 아프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우리는 흐흐 웃는다.

서울엔 언제 오냐.
내일이나 모레.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추운데 조심하고.
응.

전화를 끊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역시 사람이란 알 수가 없어, 중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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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육 중 들었던 한 마디

'길에서 청소 열심히 하는 그 사람들이 비정규직 데모나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낫잖아요.'

거기에 아무말 할 수 없다는 것이
내가 그 교육을 하면서 점점 지쳐갔던 가장 큰 이유.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 공간 자체가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