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수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10. 30. 03:46
*아침엔 약간 허둥지둥.
콧물을 많이 흘리면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다. 산소부족인가.

*작업실에서 일하고 집에서는 노는 게 익숙해졌다.
작업실에선 딴 짓의 범위가 줄었다. 어쩌면 그만큼 할 일이 많아진 건지도.

*오늘 베토벤 바이러스는 병맛.
베바갤의 말처럼 작건은 지휘지휘열매를 먹은 거 같다.
갑용씨의 급치매에 국내 유일 평론가 1인 또 등장하시고
산부인과에서 악기 연주하며 떠드는 꼴을 보니 화가 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또 시간맞춰 집으로 달려올 나..
강마에 찌질해지는 거 정말 싫다...

*수많은 즐거움과 행복에도 불구하고
외로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금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10. 25. 02:08

매듭은 때로 쉽게 풀어지고 또 묶이기도 하고
오래 된 관계들은 그런 매듭들이 여러 개.
묶었다 풀었다 그렇게 엉킨 채로 계속.
어릴 때는, 오래된 관계를 가져보지 못한 나로선
그런 관계들은 너저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엉켜있는 것이 좋아.
한 번에 풀려버리는 예쁜 리본보다는
고양이가 물고 뜯은 실타래 쪽이 좋아지는 때.

서태지 심포니를 보다가 얽혀있던 마음이 왈칵 쏟아져버리고
수키의 재롱과 꽃 한 다발
그리고 오래된 사진 몇 장이
나를 다독여준 저녁.


생일을 다시 '소급'하신 꽃다발, 실제로 보면 더 예쁘다. 꽃집 <하루 앤 아키>의 작품!



호시탐탐 물건들을 망가뜨릴 계획을 세우는 수키씨

컴퓨터 안에 파일들을 옮기면서 만난,
작년 이맘때의 사진들,
지금보다 어린 나,
지금보다 어린 그,
지금보다 어린 친구들,
다들 지금이 더 예뻐.

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10. 22. 03:38
빗소리가 들린다. 아주 작게, 조심히 오는 녀석인가보다. 남쪽나라엔 가뭄이 심하다는데, 어디든 비를 뿌려주면 좋으련만. 기륭은 박살이 나 버렸고 , 재작년에 내가 살던 근처에서는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나는 안전한 집 안에서 새 컴퓨터를 맞이하였다. 흠.

세상이 참 너무 지나치다.

내일 회의하기로 한 구성 아이디어들을 문서에 막 써 갈겼다.
다시 읽어보니 말도 안 되는 것도 있고 뭔 소린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정리를 하려고 보니 어느 지점에선가 탁 막힌다.
그래, 계속 거기에서 막혀왔다.

이 세상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누군가에게 어떻게 살라고 말해줘야 할지
지난 수 개월간 우리는 함께 그것들에 대해서 고민했는데
매번 답은 달랐다.
그것은 성장일 수도 있고, 그냥 왔다갔다하는 변화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나의 답은 모르겠다이다.

약간 허무한데 또 다 막 삼켜버리고 싶은 밤.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10. 20. 02:42
루씨에서의 일요일은 아주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비몽사몽으로 눈을 떠서 습관처럼 티비 리모콘을 잡으면
티비에서는 출발 비디오 여행을 해 준다. (가끔 조금 일찍 일어나면 육감퀴즈 그런 걸 보기도;;)
출발 비디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잠을 깨고
그 다음은 그 주에 보고 싶었던 드라마 재방송을 골라 보면서 슬슬 밥을 차려 먹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밀린 설거지도 하고, 재활용품들도 모은다.
그럼 대략 5시쯤이 되고, 그럼 패밀리가 떴다를 보고 그 담엔 가끔 1박 2일, 가끔 우결.
한동안 엄뿔에 열광했는데, 이젠 주말드라마는 별로.
그 후엔 저녁을 차려 먹으며 다음주 계획을 짜거나 블로그에 뭔가를 써대곤 한다.
결국 티비와 함께 하는 일요일이란 얘기.(그것도 공중파 밖에 안나오지만 ㅎ)

오늘은 원래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오늘까지 마감이었던 기획서를 하나 쓰고, 작업 프로덕션 노트를 만들고, 영문 기획서 하나를 꼼꼼히 읽고, 여름옷을 정리하고 가을옷을 꺼내고, 화장대를 정리하는 기타 등등.
1번 태클은 야구.
오랜만에 전이닝 관람. 빨래를 개면서 보긴 했지만, 차마 그걸 끄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열받아서;;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은 정말 안 풀리더라. 고영민이 도루를 그렇게 열심히 해서 3루까지 갔는데 아웃. 주자 만루에 아웃. 겨우 1.3루 진출에 또 아웃... 안타를 그렇게 쳐 대고도 점수를 못 냈다. 쩝.
<허무한 영민씨..;;>

그 담 2번 태클은 예상치 않았던 손님.
어제 내가 예상치 않은 친구를 데리고 온 전적이 있는지라 오늘 룸메의 친구도 일단 오케이를 해 놓고, 집을 둘러보니 개난장판. 결국 30분만에 초스피드 청소를 하고, 여유있는 저녁 시간 대신 룸메 친구의 인생슬픔을 듣는 술자리를 갖게 됐다.

그래 놓고
일요일은 원래 쉬어야지, 일은 무슨 일, 이라며 먼산을 바라보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나...
약간 아쉬운 일요일이다.

+) 2번 태클로 참여한 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사람에 대해 함부로 안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
사람들은 자기 잣대로 남을 평가하고 해석한다.
사실 그 사람의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자기가 아는 만큼 딱 고만큼만 보는 거니까.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걸 더 주의해야겠다.
쉽게 평가하지도 말야야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줄도 알아야지.

+) 11시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오랜만에 룸메와 터벅터벅 극장으로 걸어가 미쓰 홍당무를 보았다. 아주아주 반가운 영화였다. 게다가 극장엔 우리 빼고 한 명의 손님밖에 없어서 맘 놓고 릴렉스 상태서 보았더니 더 즐겁. 이유리 선생 짱~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10. 17. 03:00
반성과 고민의 하루.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기륭 현장의 모습을 보고
힘들지만 힘내서 사는 한 친구의 이야기도 듣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나니
나를 불쌍히 여기며 흘렸던 눈물이 참 죄스럽게 느껴졌다.
도망가며 살고 싶지는 않은데, 자꾸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나를 보면...

http://cafe.daum.net/kirungRelay

기륭릴레이동조단식까페에 들어가면 무엇이든 하나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있다.
침탈 이후에 모포, 스티로폼 같은 것도 필요하고, 커피와 라면도 좋다고 한다.
후원금을 내도 좋고.

요즘은 사람 사는 게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