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수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3. 5. 02:11
경멸의 눈빛보다 야멸찬 것은 없다, 고 얼마전 비공개 글을 썼다. 그 한 줄 이상 아무것도 쓰지 못할 만큼 그날은 속상했다. 그런 눈빛은 어째서 감춰지지 않는가, 상대를 원망해보기도 하고, 언젠가 나 역시 들켜버렸을 그 눈빛을 반성해보기도 했다. 마음은 다스려지겠지만 그 순간을 잊을 수는 없을 거 같다. 예전과 똑같아질 순 없겠지.

사람이 습관이 정말 무서운게, 아니 익숙하다는 게 정말 무서운게,
한창 술을 곯아떨어질 때까지 퍼부으며 마시던 사람들을 만나니, 그 때처럼 마시게 된다. 그리고 몸도 그 때 같이, 소주를 족히 열댓병을 넘게 비우고도 멀쩡하다. 지껄이지 않아도 될 말을 지껄이고, 몇년도 더 된 얘기들을 하고 또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 회사 나갈 사람을 새벽 4시에 불러내 술을 마셨다. 다들 조금씩은 달라졌고, 할 수 없는 얘기들도 생기고, 혹은 예전에는 못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얘기들도 생겼지만, 하루를 그냥 4년 전으로 다녀온 거 같은 기분. 요 며칠 정말 죽어라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딱 그만큼의 날이었다. (그들과 섹스 얘기를 그렇게 심도 깊게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ㅎ) 꼬장을 부려도 별로 창피하지 않았을 법한 멤버였는데, 어찌나 필름도 안 끊기도 멀쩡한지, 기특도 하지. 그래도 거의 몇 년만에 이렇게 마셨기 때문에 집에서 뒹굴거려주었다. 책도 읽고 아내의 유혹도 보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했지만, 내일부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로(과연;;).


수키랑 같이 산지 이제 다섯달쯤 돼간다. 요즘은 내가 이 녀석에게 정말 많은 위로를 얻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힘들고 지치고 속상하고, 여하튼 그런 어떤 일들에도, 이 녀석을 안고 5분만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실제 고양이의 온도는 사람보다 1-2도 정도 따뜻해서 실제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ㅎ) 이전에도 강아지, 고양이를 키웠었는데, 그 때의 느낌과도 또 다른 거 같다. 이것도 나이먹는 건가 싶기도 하고. (누구는 애 낳을 때가 되어 그런다고도 하던데; ) 한참 안고 있으면 답답해지는지 내 빰을 후려갈기고 가버린다. 뭐, 그래도 좋아.  私は すきが すきです。

짤방은 쥐 인형을 잡으려 점프 중인 수키씨의 매혹적 뒷다리;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2. 22. 23:57
# 아침
아침에 일어나니 잠이 덜 깬 룸메가 묻는다.

무슨 꿈을 꾸었어?
응?
니가 엄청 서럽게 울면서 .. 엉엉.. 일도 못하게 하고... 엉엉 ... 그러던데 ㅋ

에?
어렴풋이 꿈에서 서러웠던 기억은 나는데.
저 대사만 보면, 마치 몸 상하지 않게 일도 못하게 하는 성 안에 공주님이 떠오르잖아!
그런 거라면 대환영인데...

# 점심
루씨에 살 때는 일요일은 무조건 휴일. 대체로 집을 청소하고,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을 비우고, 밤늦게 마트로 쇼핑을 가는 것이 일정이었다. 물론 중간에 뒹굴거리며 티비 시청을 하는 걸 포함해서.
요즘엔 일터와 집이 멀어서 그런건지, 아님 그 때보다 정말로 바빠져서 인지, 여유도 없고, 루씨보다 지금 집이 면적이 훨씬 커서 일요일 하루를 청소를 한다해도 아주 일부밖에 하지 못하는 거 같다.
오늘의 목표는 부엌이었는데 빨래 두 번 돌리고, 밥 차리고, 전자렌지의 묵은 때를 닦아내고 나니 오후가 다 가버렸다. ㅠ
그제 집들이를 한 친구가 살림에 맛을 들였다며, 일 그만두고 집안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하던데
난 그냥 한 일주일 정도만 했음. 싶다. 다른 거 신경 안쓰고 이것만.. 늘 하다가 마니까 다음에 하면 또 그대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이제는 정리할 수 있다'라는 책을 다시 읽었다.
역시 포인트는 물건을 조금만 가지고 있으라는 것. 오늘 안 쓰는 건 내일도 안 쓴다는 것.
그러니까..... 바리바리 싸 가지고 있는 여행의 추억 쪼가리들도 다 버리라는...(물론 제대로 정리하면 상관없겠지만)

# 저녁
빨래를 널다가 잠깐 누운 것이 단잠으로 빠져 한참을 잤다.
일어나니 9시. 대강 밥을 먹으니 10시 반. 잠깐 소화시킬겸 티비를 보니 11시 반.
때마침 광고가 나온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내일이 월요일.

일찍 잠이나 자자.

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2. 18. 02:37
월요일 같은 화요일이었다. 어제까지 사무실의 자체 휴가였다. 일본에 다녀오느라 이미 휴가를 써 버린 나는 사실은 쓰지 않아야할 휴가였으나, 노는 걸 마다하고 싶지 않으니 놀았다. 그래봤자 이틀은 집을 치우느라 보냈지만. 좀더 읽어봐야지 하고 가져왔던 자료들은 가방안에 고대로. 왠지 그대로 들고가기 미안해서 가방을 다른 것으로 바꿨다.
시네마달과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돌아왔더니 이미 1월에 계약을 마친 공공라이브러리에서 계약금이 들어왔다. ㅎ (아아, 뭔가 어른같은 문장이구나..) 죽으란 법은 없다고, 어제 룸메랑 카드값을 메꿀 방법을 한참 생각했는데 그걸로 일부 가능할 거 같다. '일부'인 이유는 역시 일본..ㅠ 다행히 카드로 계산한 것들이 내가 환전해간것보다 환율이 낮다! 비록 30원 정도이지만 그게 어디냐;;
근데 심지어 원천징수도 안 하셔서, 오늘 반이다 여러분에게 3.3%어치의 회식을 쐈다. 구성안 회의를 하면서, 나를 포함해서 다들 조금씩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조급함과 답답함, 그리고 서로에 대한 기대, 혹은 실망들이 계속 뒤섞이는 중이다. 그래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는 연애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누가 양의 인간인가, 누가 음의 인간인가도 중요한 이야기의 주제였는데, 그냥 보기엔 우리들은 모두 '양'처럼 보이고, 그렇지만 이 사람은 정말 양이야! 할 만큼 모두들 대단히 양스럽지는 않다.(먼소리야;) 궁금한 분들은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을 참고하길.

집에 돌아와서는 갑작스런 눈질환(?) 으로 식염수를 눈에 들이붓고 한참을 안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쪽눈만 가린 상태였는데, 환영은 엷게 다른 한 쪽 눈이 보고 있는 세상에 겹치더니 점점 그 투명도가 낮아졌다. 현미경을 대고 보는 그림처럼 점점 초점이 맞듯 선명해졌는데, 그건 보라색 바탕에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하얀 구더기들이었다.
꺄악- 하며 안대를 벗어던졌는데 그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여 섬뜩했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군, 이라는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

눈 핑계로 할 일은 제쳐두고- 블질이나 하다가 이제야 잔다.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2. 13. 00:51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무사히 버스에 세이브.
비가 살짝 내린 산길에는 먹을 갈았을 때의 검은 냄새가 났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적은, 이제 슬슬 봄이 돼 가나.

할 일을 제쳐두고 온 컴퓨터를 뒤져가며 네덜란드 여행 사진을 찾았지만
없다.
깨끗하게 포기.
혹시 씨디로 구워놓았을까 싶어 씨디를 찾다가 600일 기념 노래모음집을 발견했다 ㅋㅋ
그걸 발견하고 룸메와 나의 첫 마디.
"600일이라니 완전 초기때인데!"

낡은 우리들만큼 낡은 노래들이 들어있던 씨디.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잠깐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달라져서 노래를 씨디로 구워서 듣지 않고 바로 파일로 듣는다!!!!
시대를 초월한 우리의 사랑?
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2. 8. 05:21
심각한 새 글을 쓰다가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역시 심각해 지는 건 무리인가... 흠.
그래도 어쩐지 새 글이 쓰고 싶어서, 다시 :)

어젯밤에는 굉장한 꿈을 꾸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오래 남아있어서 계속 찝찝했다.
도망치던 느낌, 무너지던 집들을 본 느낌.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함들이 다 나타난 것 같았다.
내일은 느-----------읒게까지 자면서 뒹굴뒹굴 풍요로운 꿈을 꾸고 싶다.

오늘 파견의 품격이라는 일본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순전히 제목의 쿨-함에 이끌려)
첫 회의 인트로가 개청춘에서 참고할만하겠다 싶어서 보다가
결국 4회까지 보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만능사원 오오마에'라는 몹시 후진 이름으로 번역되어 방영됐다는 소식을 듣고 캐안습이었음.
일드는 몇 편 본 게 없어서 잘 모르지만서도
이거 꽤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ㅎ
반이다 애들에게도 추천해 줘야지.

사실 유레루를 다시 보다가 마음이 싱숭거려 못 보았다.
역시 잘 만든 영화는 잘 만든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좋은 점들은 꼭 기록해 놓아야 하겠다는 새삼스러운 결심도 했다.
당최 기억이 나야 말이지...흑.
내일은 늦게까지 뒹굴거리다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마구잡이로 할 예정!(어디까지나 예정;;;)
스킨이 예뻐서 그런가 자꾸 뭐가 쓰고 싶네? 후훗

오야스미 나사이
(를 말하기엔 시간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