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12. 8. 17:07
# 옆집의 누군가가 어떤 한 곡을 끊임없이 피아노 연주하고 있다. 비슷한 부분에서 틀리고, 그 부분을 계속 반복해서 치고 있기 때문에 내 머리에서도 그 멜로디가 떠나지 않는다.

# 잠깐, 잃어버렸던 지갑을 찾으러 가는 길에 눈이 펑펑 내렸다. 당장이라도 애인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 로맨틱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 포기. 눈도 금세 그쳤다.

# 설거지가 3일째 멈춤상태다. 너무너무 건드리기가 싫다. 부엌을 지나는 길에 계속 바라보기는 하지만 손을 댈 수가 없다.

# 건조하다. 건조해.

# 새 다이어리나 캘린더를 마련하고 싶다. 뭔가 살까하고 예스24를 들락날락거려봤지만 맘에 썩 드는 것도 없거니와, 내년에 도대체 어떤 스케쥴을 다이어리에 쓸지 감이 안 오므로 패스.

# 나가기 귀찮아. 맛있는 저녁 먹고 싶지만 집에 먹을 게 없다. 그 보다 먼저 설거지....ㅠ

금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11. 20. 23:40
눈이 왔다. 울먹거리며 눈을 보았다. 가지고 있던 핸디캠으로 눈 내리는 모습을 잠깐 촬영했다.
첫눈이 오면 담배가 피고 싶다.
떨어질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있고, 또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이구나.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11. 5. 23:58
너무 졸립다. 졸린 게 오랜만이라 이대로 그냥 자고 싶은데 할일은 너무 많고 그 일들을 미루기에는 너무 이미 미뤄두었다.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게 되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단잠을 그리워했던가.
잠을 깨기 위해 끄적이고 있다. ㅠ

룸메가 보고 싶다. 품 속에 안겨서 포근하게 잠들고 싶다. 그래봤자 자기가 잠들면 날 내치겠지만. 흥.

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4. 29. 02:07
수키의 냥냥댐에 어쩔수없이 7-8시 즈음에 일어난다. 요즘은 코감기때문에 코가 제대로 막혀서 늘 숨이 막히는 꿈을 꾸기 때문에 수키의 깨움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준비하면 9시 즈음이 되고 여유부리면서 나오면 11시나 돼야 겨우 작업실 안착. 오늘은 신이문역에서 파는 추어탕을 꼭 사가야지 했는데, 어쩐지 부끄러워서 그냥 지나쳐버렸다.

새 곤냥씨가 얼마전 집으로 들어왔다.
이로서 또또와 수키, 그리고 야옹씨까지 세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게 됐다.
야옹이는 다섯살의 중년이지만 너무나 순딩이어서 작달만한 수키의 공격을 피해다니기만 한다.
얼굴이 사람 같아서 가끔 깜짝 놀랄때도 있다.

뭐든지 잘하고 싶다.
욕심이 많다고 생각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가진 것이 많은 채로 살아서 그걸 당연히 여겼던 거 같다.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때마다 놀부가 생각나는데, 그럴 때 상상 속의 놀부는 늘 혹부리영감이어서 또 도깨비가 생각나고 그럼 도깨비방망이가 생각나면서 주스를 갈아먹고 싶어진다.....;;; 이래서야 가치있는 반성을 할 수 엄써!
고등학교 3학년때 부,모가 노점상을 했는데, 그 때 무슨 명품가방 같은 거 이미테이션을 팔았다. 그중에 루이*통 가방도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아빠가 동생에게 생일선물로 줬었다. 화장품가방 같은 거였는데, 여하튼 그게 탐이나서 달라그랬는지, 뺏어들고 다녔는지 여하튼 그랬었다. 근데 그걸 본 아빠가 넌 왜 혼자 그렇게 다 가지려고 하냐고 화를 냈었다. 그 때 그게 엄청 서러워서 혼자 막 울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못된년이지;; 욕심이 많아서 막 미친듯이 소유하고 싶어하고 막상 손에 들어오면 아웃오브안중이다. 그렇게 사라진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가...(뭐 이렇게 쓰면 되게 부자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가난한 살림에 그만큼 갖고 싶은 거 다 가져봤으니 부자는 부자다...)

한창 추억을 써보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
내똥물을 룸메가 퍼내고 있다. 꺄-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동거의 일상이여.... 근데 이건 좀 부끄럽잖아!!@!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4. 27. 14:03

토요일밤, 부대찌개를 끓여 막걸리와 같이 먹었다. 룸메와 동생과 티비를 보며 히히덕거리면서.

한창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방에 가서 잔다던 동생녀석이 갑자기 쪼로록 달려오더니,

폭 안겨서 운다.

그 아이의 엉엉 우는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그랬나,

그 순간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동생의 친구보다는 이 애가 언제 이렇게 폭 안겨 내게 기대 울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친구를 떠나보내기에는 너무나 작고 어려보이는데, 그 녀석도 이제 스물 다섯. 어째서 그녀의 나이는 십대에서 변하지 않는 것 같을까. 그 때의 그녀의 이미지가 워낙에 강렬한 탓도 있을테고, 마냥 꼬마로만 보고 싶어하는 노인네 같은 내 마음도 있겠지.

착하디 착했다는 동생의 친구 녀석은 집에서 목을 매달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면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간혹 지나가며 들었던 그 아이의 이름이 내게도 낯설지 않았다.

올해에도 벌써 몇 사람의 죽음을 전해들었다. 사는게 팍팍해지는 것인지 살 곳이 못 되는 것인지, 어이 없는 참사도 고치기 힘들다는 병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무뎌져 가는 거 같다.

오늘 기분이 이상했다.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랬다. 그런 날은 더 떠들거나 기분 좋은 척하거나 자꾸 실없는 농담을 걸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집에 와서는 지쳐버리는 거지.

그만.

그만하고 싶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