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7. 6. 11. 15:26

오랜만에 블로그.

블로그는 네이버가 대세가 아닌가 하고 네이버 블로그를 뒤적거려보았으나

그래도 익숙한 티스토리가 편하게 느껴진다.

휴면계정을 해제하고 4-5년 전 기록들을 슬쩍 보니 낯설고 익숙하다. 응?


한 달 전부터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몇 개의, 우연인듯 필연인 사건들이 있었고 

그래서 약간 충동적으로 시작했는데 나름 도움이 된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으려 노력 중이고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삐뚤어진 나의 마음은

상담 선생님이 '00님은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여기 보세요, 이런 것도 저런 것도...블라블라'

라고 말씀하시는데

'선생님의 그런 말들도 메뉴얼대로 내담자를 위로하는 말로 들려요'라고 말한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상위인지능력이 있지만 그걸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단순한 건 단순하게,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받아들이고 생각을 처리해야 하는데, 단순한 것조차 복잡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로 향해 간다고..

나는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를 관찰하고 있는 전문가에 의해 그런 얘기를 들으니 좀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선생님은 내가 성장욕구가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나아지고 싶기 때문에 우울하기도 하지만, 또 그래서 점점 좋아질 거라고.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일단 "리츄얼"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단순한 사고로의 전환을 위해 삶부터 단순하게! 규칙을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집중하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3-4월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집밥을 해 먹는 루틴함이 만들어졌는데

먹고 치우고 냉장고의 재료들을 파악하는 행위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데 힘을 주었던 거 같다. 

거기다 냉장고에서 썩어나가는 재료가 없어졌다는 것도 큰 기쁨.

 

존그리샴이 공개한 글쓰기 비법에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을 예외없이 쓰는 것'이 있었다. 

몸이 무언가에 익숙해지는데는 최소 백일은 걸린다. (1년 2년이 걸릴 때도 있다.)

아이를 키우고 운동을 시작하며 더더욱 절실히 깨닫는 것들.

어느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일필휘지로 글을 술술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규칙과 약속, 그리고 내 스스로 잘 한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걸 깨닫는데 참 오래 걸렸지만)

나를 위해 규칙을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에 놓으려고 한다.

타인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타인을 위한 일부터 하게 했고, 실제로 그 일들 덕분에 뿌듯했고 행복했다.

이제 나도 그렇게 예뻐해줘야지. 


블로그에 글쓰기도 노력의 일환으로!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3. 1. 29. 01:02

월요일은 늘 마음이 바쁘다. 달리 휴일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규일시계약직인 나이지만, 주말엔 꼼짝없이 아이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요일이면 뭔가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논문을 끝내서 이박이 된 이박과 미뤄두었던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로 했다. 그것도 오전 10시 반껄루. 다행히 어린이집도 늦지 않고, 영화 시작에도 늦지 않았다. 아이맥스관에서 봤는데 호랑이가 막 잡힐 듯이 보여서 촌년맹키로 막 손을 휘저어보았다. 시각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철학이 영상에 담겨있어서 기뻤다.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영화관에서 나와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길에서 한 시간 가량을 허비하고, 겨우 작업실에 가 앉으니 인터넷이 안 돼서 또 몇십분을 허비하고, 아빠에게 넘겨준 캠코더가 윈도우컴에서 인식이 안 돼서 또 그걸로.. 뭔가 비효율적인 하루였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엔 늦어서 아랫집 언니에게 강이 퇴원을 부탁하고, 덕분에 모여서 저녁먹으며 놀았다. 언니는 시바스리갈을 가져왔다. 후후.

밤늦어서야 다시 책상에 앉는다. 아니, 벌써 화요일이다.

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2. 9. 11. 15:20

진짜진짜,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 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텀블러, 패쓰.. 글이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컴팩트한 어플리케이션들 덕분에 긴 글은 점점 안 쓰게 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재미있었던 트위터는 한편으로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들기도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중독일 때는 정신없이 빠져들어있다가 그만둘땐 또 별 미련이 없어지는 게 내 장점이라면 장점.


블로그가 될지 텀블러가 될지, 아님 새로 홈페이지를 만들지. 써서 쌓아두는 공간을 마련해봐야겠다.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1. 8. 19. 01:45
바쁘다. 허울뿐인 프리랜서는 오늘도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깜냥도 되지 않는 일들을 받아 안고 끙끙끙.
재미있다. 물론.
대부분이 땜빵인 일들이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순간에 땜빵으로라도 어딘가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건 참 좋다. 이것은 부족한 자존감 때문인가, 강렬한 인정욕구 때문인가.
졸립고 배고프다.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0. 7. 8. 23:16
자꾸만 배가 고프다. 똑같은 반찬으로 세 끼를 먹어서 그런가. 지난주부터 곱창이 정말 먹고 싶었는데, 도대체가 먹을 기회가 없다. 아기를 데리고 나갈 수도 없고ㅠ 아른아른, 곱창구이의 향이 상상 속에서도 피어난다. 다이어트 결심했는데 식욕은 더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듯. 모든 금기를 깨고 싶어하는 이 욕망덩어리들을 어쩐다.
동네에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문을 열었다. 커피를 파는 집이라곤 롯데리아가 유일하다가, 최근에 두 개가 생겼다. 한 군데는 좀 멀어서 가기 힘들었는데 오늘 문을 연 곳은 집에서 1분거리. 서울 시내에서 자취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행복이다. 집 앞에 노트북을 들오가나 일할 까페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어디 멀리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면서도 이런 자본의 유혹에 침을 흘리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 오늘 아메리카노 천원 행사를 하기에 한 잔 샀다. 흠. 몹시도 싱거웠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허둥지둥 당황하는 게 보여서 쿨하게 넘어갔다. 앞으로 나아지겠지 뭐. 사색을 즐길 수 있을만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흐뭇 :)
사실 오늘 더 중요한 일은 따로 있다. 룸메와 함께 댄스 스포츠를 배우기로 한 것. 동네 면사무소에 주민자치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댄스스포츠를 가르쳐주는 게 있더라. 3개월에 6만원이길래 해보자고 했다. 집에서 너무 지치기도 하고, 이렇게 오래 만나면서도 뭘 같이 배운 적은 거의 없어서 이렇게 활동적인 걸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월요일이 시작이었는데, 아기보고 청소하느라 못 가고 오늘은 동생이 아기를 봐줘서 다녀왔다. 푸후후. 우리 둘다 처음 하는 거라 정신 없고, '직장인반'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모두 아침반도 함께 하고 계시는 5-60대 분들이셨다. 선생님이 젊은 사람들은 자이브를 좋아한다며 우리 때문에 자이브를 시작했는데, 다른분들은 지루박과 브루스에 더 열중! 지루박 스텝은 너무 어려워서 난 아직도 모르겠다. 뭐 그래도 재미있었음.
오늘은 아기보면서 넷북으로 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를 깨달은 날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안 한거 같아도 하루는 가네. 내일은 또 어느새 금요일.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