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8. 1. 02:16
매일 같은 늦잠.
같은 시간에 깼다가 다시 잠들고 또 같은 시간에 깬다.
7시 14분, 과 10시 20분.
그 중간 시간은 마치 5분처럼 흘러간다. 젠장.
덕분에 작업실 지각비는 쌓여가고....쩝;;

굉-장히 지치는 하루였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걸어가는 길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역에 내려 작업실까지 걸어가는데 무려 20분이 걸렸다.(평소에는 5분 거리-) 컴퓨터는 너무너무 느려서 하려고 했던 작업에 절반도 못했고, 몸은 끈적거리고 퀴퀴했다. 작업실은 우리의 작업 이외에 다른 일들이 자꾸만 차지하고, 저녁 늦은 교육에서도 몸이 자꾸 땅으로 꺼질 것만 같던 기분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대부분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혼자서 독고다이 졸라 잘해도 그닥 소용없는 일들. 다큐를 만드는 작업도, 사람들과 미디어교육을 하는 것도, 나 혼자선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나는 그래서 이 일들을 좋아하고 이 일을 미워한다. 쉽게 상처 받고 쉽게 상처를 주고, 또 거기서 엄청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시작하고 지금까지는 어.쨌.든 힘과 위로쪽으로 부등호가 열려있었는데, 최근에는 상처와 기운 빠짐에 부등호가 열려있었던 거 같다. 즐겁게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벌려 놓은 것들은 '일'로 다가오고 먹고 살기 빠듯해지니 일에도 더 빡빡해지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도 부딪히기도 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에너지가 넘쳤던 교육들은 마치 벽에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들을 주곤 했다. 막연했던 막막함이 몇 가지의 사건으로 와서 실체를 보여주고 난 후에 그런 느낌들은 나를 마구마구 짓누르곤 했다. 드러누워 실컷 티비나 봤음 좋겠다는 중얼거림의 반복들.
호사다마.타산지석. 다행히 다른 나쁜 일을 통해 또 다른 나쁜 일을 조금더 이해할 수 있었고, 오늘 낮에는 한참이 지나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던 얘기들을 같이 일하는 친구와 나누었다. 어색한 화해 뒤에 있었던 나름의 진심들을 일단 다 이야기해서 좋았다. 말하는 방식이나 타이밍이 달라서 어쩌면 지금도 놓친 것들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밤 늦게는 나처럼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수다를 떨었고,
집에 돌아와보니 영진위 지원금이 통장에 들어와 있었다.

결국.
해피 엔딩!


수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7. 30. 23:00
지치지 말자,
고 결심했는데도
쉽지 않다.
모든 게 결심만으로 되는 건 아니니까. 뭐....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는 어떤 공간에서 참여자 한 분이 포기 선언을 하셨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현재 득표 상황으로 볼 때 '지금까지 해 먹은 그 놈!' 이 될 것만 같다.
더운 밤, 당최 잠을 잘 수가 없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때때로 강풍처럼 몰아쳐오고
선거 같은 거 하고 싶지 않고
에어컨 있는 집에서 편히 자고 싶은데

그냥 지치고 허무한 하루.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7. 27. 13:27

귀를 뚫는 꿈을 꾸었다. 왼쪽 귀에 구멍을 내달라고 하면서 귀를 뚫어주는 사람의 손이 더러운 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왼쪽 귀에는 두 개의 구멍이 뚫리고 피가 많이 나왔다. 나는 무슨 전쟁의 포로 같은 것이어서 기차를 타고 도망을 다녔다. 다리 한 쪽이 말을 듣지 않아 빨리 뛸 수가 없었다. 귀에서는 계속 피가 났다.

깨어났는데 꿈이 너무 생생해서 적어놔야지 했다. 그런데 이거적 하고 나니 기억이 잘 안나서 답답하다. 기뻣다가 슬펐다가 속상했다가 괴로웠던 밤. 꿈은 하루씩 늦은 감정들을 가지고 나를 찾아온다.

금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7. 26. 02:13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잘 안 써진다. 블로그의 글쓰기 창을 열었다 닫았다, 그러는 사이 그나마 있었던 생각들도 더 뒤죽박죽 엉켜버리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걸 요즘 잘 안 하는 거 같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 쓸 때는 이 글을 누구누가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써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 지껄임을 집에서, 사무실에서 다 해버려서 막상 쓸 얘기가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난 이렇게 뭐든 쓰는 게 좋은데.

어제는 약간 엄한 술자리에서 꽁술을 마시며 몇가지 하려던 얘기들을 하고, 약간 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술자리에선 멀쩡해도 꼭 집에 오는 길에 만취해버리기 때문에 늘 술주정을 집에 있는 누군가가 받게 되는 게 문제긴 문제다. 하하호호 안녕 하고 잘 와놓고 룸메에게 괜한 술주정을 하였다. 나의 술주정 패턴이라는 것도 늘 비슷해서 늘 비슷한 말로 그의 화를 돋구고 그도 맨날 당하는 거면서 또 비슷한 말에 화를 낸다. 바보들 같으니. 여하튼 아직 20대여서 그런지 이번 일주일 내내 술을 먹고도, 어젠 그렇게 처먹고도 오늘 아침 별다른 숙취없이 일어나 해야 하는 일들을 마무리 했다. 이제 정말 좀 자숙해야 하는데, 술 끊어야지, 이 말만 하면 주구장창 먹을 일이 생기는 것도 징크스라면 징크스.

그나저나 다음주면 벌써 8월이다.
벌써 7월이라고 한 게 진짜 얼마 전인거 같은데,
시간 참 잘 간다.
하루하루는 그닥 짧은 거 같지 않은데도, 일주일은, 한 달은, 일 년은 빠르다. 참.

서운하다, 라는 감정이 문득문득 든다. 사람을 애초에 너무 좋아하게 된 게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당최 쿨- 해질 수가 없다. 꽁- 한 상태로 있는 내가 맘에 안 들어서 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굴레가 지겹기도 하고.

네덜란드에 갈 수 있을까?
비행기표는 너무 비싸다. 텍스만 52만 8천원....후덜덜. 2주만 다녀오기에 비행기값이 너무 비싸서 갈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중. 젠.장.
못 가면 일을 열심히 하라는 신의 계시로...-_-

또 뭐였더라.

두근두근하고 싶다.
 

수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8. 7. 23. 23:36


요즘 꿈에는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난다는 걸 인지하고 나서,
그럼 그 전에는 냄새가 안 났었나? 생각하는데-
전혀 모르겠다. 꿈은 소리와 화면의 공간. 영화 같은 거였는데 말야.
어제는 쇠비린내와 치킨 냄새가 났다. 어울리지 않는 두 냄새를 킁킁 거리며 찾아다녔다. 일어나니 해가 떠 있었고 몸을 한껏 웅크린 룸메이트는 잠이 들어있었다. 오그라든 어깨가 안쓰러워보였다.

꿈에서 맡는 냄새는 묘하게 끈적하다.
끈적끈적한 요즘의 내 일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