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화수목금토일 +141

게으름

월화수목금토일2008. 3. 7. 16:37

뒹굴거린다.
어제 피곤했잖아,
하고 나에게 면죄부를 준 후에
길모어 걸스를 두 편 보고 대충 밥을 먹고 일을 빙자한 메신저 토크에 열중하면서 커피를 세 잔이나 들이켜서 이제 남은 커피가루가 없다.
원래 사무실에 가서 카메라도 챙기고 촬영 계획도 세우고 그래야 했는데, 훈늉하시고도 아름다우신 기잉님이 '내가 가져와도 돼'라고 한 한 마디에 나는 또 나에게 면죄부를 주어 버려서
결국 아직도 집.

이제 슬슬 나가서 친구를 만나고 또또를 보러가야지.
게으른 하루는 좋구나. 햇살도 따땃한 것이.


+) 게으름에 어울릴 법한 라운지 음악을 함께.

화가 많이 나서 낼까지 해야 하는 일들도 못 하고 씩씩거리다가
뭔가 기분전환을 해야지 하고 오늘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은행에 각종 관공서들을 다니느라 매우 피곤한 하루였는데
생각해보니 용감한 일이 하나 있어 적어둔다.

모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에 슈아와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왠 할배가 오더니
(주변에 사람도 많은데!!! 굳이 전화하고 있는 나에게!!!)
여기 번호표 뽑는데가 어디야? 하고 묻는 거다.
졸라 재수 없게 싱글싱글 웃으며.
그래서 내가
졸라 대범하게
.
.
.
.
.
저기야

그랬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하잘 것 없고 심지어 그 할배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름 표인봉 김흥수식 소심한 복수이다.
맞대응 반말은 늘 연습해야 한다. 훗.
슈아에게 바로 전화상으로 말한다는 걸 가슴이 두근거려 못했다. ㅎ

넘겨줘야 할 원고를 단 한 줄 써 놓고
지뢰찾기 백만 번에
중간엔 국수도 삶아 먹고 블로그에 들락날락 수십번

이제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머리속 이야기를 정리하는데 너무 익숙해 진 거 같다.

혼자서는 하기 힘들어.

잘 하고 싶은 일일 수록 더욱더.

수다가 필요해


20080227

월화수목금토일2008. 2. 27. 17:48
머리 속에서 이야기들이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있다. 하기 싫다고 한 번 생각해 버리면 다시 그 일을 잡기가 너무나 힘들다. 하기 싫은 그 일을 하기 위해 두 끼의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방을 청소하고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사진들을 붙이고 그림들을 오리고 라디오를 들었는데도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프린트한 종이에 휘갈겨 쓴 낙서들만 남아있을 뿐.
하지만 덕분에 미뤄두었던 수많은 청소들을 한 하루.

이 집에서 보는 석양은 참 예쁘다.

피곤
짜증
지저분함
다급함
허기짐
택시
홍대 앞
전화기
사람들
20대라 불리는 여럿
지루함
배고픔
흥미로운 만남
스피치?
아이고 허리야
연락도 없이
정월 대보름
내 더위 사간 깅
리조또
비 포만감
라멘
뜨끈 정종
수다, 조금 심심한
아쉬움
배부름
전화?
메일을 쓰다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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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대충 시간 순
많은 감정들과 많은 배고픔들이 흘러간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