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마무리 합시다.
호어스트의 포스트잇2008. 9. 25. 15:52
여독인지 생리 때문인지 머리도 아프고 몸도 무거워서 집에 눌러 앉아 있다. 서울에 오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시작해야지 하고 계획한 거 많았는데...-_-; 아주아주 천천히 집을 치우면서 딴짓거리들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다 오랜만에 유형검사를 해 보았다.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거 같긴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흐흐
특히나 고쳐야 할 점은 매우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 ㅎㅎ
와닿는 부분들은 진한 글씨로 해 놓았는데 그것만 합쳐서 보면 난 좀 또라이??;;
▩ ESTP 수완좋은 활동가형 ▩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능하며 적응력이 강하고 관용적이다.사실적이고 관대하며, 개방적이고 사람이나 일에 대한 선입관이 별로 없다. 강한 현실감각으로 타협책을 모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적응을 잘하고 친구를 좋아하며 긴 설명을 싫어하고, 운동, 음식, 다양한 활동 등 주로 오관으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생활의 모든 것을 즐기는 형이다. 순발력이 뛰어나며 많은 사실들을 쉽게 기억하고, 예술적인 멋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으며, 연장이나 재료들을 다루는데 능숙하다. 논리 분석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개념에 대해 별로 흥미가 없다.
▒ 일반적인 특성 ▒
▒ 개발해야할 점 ▒
I'm going to Holland!
호어스트의 포스트잇2008. 9. 8. 18:11
요즘 나의 메신저 한 마디는 바로 요것. 'I'm going to Holland!'
올 초부터 노래를 불렀으니 주변 사람들은 그냥 가나보다 하긴 하지만 이런 저런 난관을 깨고 비행기표를 끊는데까지 다양한 고민이 있었으므로 더욱 애틋한 마음이 ㅎ; 그러나 저러나 해도 나 떠나고 남아서 일하고 있을 '반씨'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좀 미안하긴 하다..
왜 가냐고?
왜냐면... 난 special guest니까.. ㅎㅎㅎ
예전에 연이 닿아 만났던 네덜란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녀의 이름은 Erika.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30년을 넘게 산 한국계 입양인이다. 2004년에 한국에서 있었던 입양 작가 전시 등의 작업을 위해 한국에 왔었고, 그 때 어찌어찌 나를 만났고, 그렇게 어찌어찌 계속 연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한단다. 작년부터 틈틈히 글이 올라오던 결혼블로그에 따르면, 나름 아기자기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듯. 그리고 나와 룸메를 결혼식에 초대해 주었다. 스페시알 게스트로 말이다.
한낱 결혼식 때문에 백 만원 짜리 비행기를 타는 것이 말이 되나! 하고 가난한 내 마음이 소리쳤지만, 멋진 성에서 이뤄진다는 결혼식을 구경하고 싶기도 했고, 오래전 스치듯 들렀던 암스테르담을 다시 보고 싶기도 했다. 해서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억지로 며칠의 일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고고씽!
다녀와서는 아마 비혼과 결혼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내 일에 대한 생각들과 여행과 글과 사진과 기타 등등의 깊은 생각들이 블로그에 쏟아질 것을 기대하며!
피쓰-ㅎㅎㅎ
올 초부터 노래를 불렀으니 주변 사람들은 그냥 가나보다 하긴 하지만 이런 저런 난관을 깨고 비행기표를 끊는데까지 다양한 고민이 있었으므로 더욱 애틋한 마음이 ㅎ; 그러나 저러나 해도 나 떠나고 남아서 일하고 있을 '반씨'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좀 미안하긴 하다..
왜 가냐고?
왜냐면... 난 special guest니까.. ㅎㅎㅎ
예전에 연이 닿아 만났던 네덜란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녀의 이름은 Erika.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30년을 넘게 산 한국계 입양인이다. 2004년에 한국에서 있었던 입양 작가 전시 등의 작업을 위해 한국에 왔었고, 그 때 어찌어찌 나를 만났고, 그렇게 어찌어찌 계속 연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한단다. 작년부터 틈틈히 글이 올라오던 결혼블로그에 따르면, 나름 아기자기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듯. 그리고 나와 룸메를 결혼식에 초대해 주었다. 스페시알 게스트로 말이다.
한낱 결혼식 때문에 백 만원 짜리 비행기를 타는 것이 말이 되나! 하고 가난한 내 마음이 소리쳤지만, 멋진 성에서 이뤄진다는 결혼식을 구경하고 싶기도 했고, 오래전 스치듯 들렀던 암스테르담을 다시 보고 싶기도 했다. 해서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억지로 며칠의 일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고고씽!
다녀와서는 아마 비혼과 결혼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내 일에 대한 생각들과 여행과 글과 사진과 기타 등등의 깊은 생각들이 블로그에 쏟아질 것을 기대하며!
피쓰-ㅎㅎㅎ
두 할머니
호어스트의 포스트잇2008. 9. 6. 03:24
할머니 1
오랜만에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있다. 꺼내서 찍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보고 호불호를 결정할 수 있는 디지털에 비해 찍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에 만났던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던 카메라때문에 나도 책상 구석에 쳐박혀 있던 녀석을 꺼낸 것인데, 막상 찍을 거리는 많지 않고 카메라를 보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그 사람이 연상되어 오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노출계가 고장나 버린 탓에 인간 '뇌출계'를 활용해야 하는데, 사진을 찍은지 오래되다 보니 빛을 보는 것이 영 낯설다. 아직 한 롤을 다 찍지 못해서 인화를 해 보지 못했는데 몇 컷이나 살아남을지 의문.
어제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대전에 다녀왔다. 여행이 어쩌다보니 추석과 겹치게 되어 미리 인사를 드리러 간 것이었다. 손녀가 사 간 선물을 보고 뭘 이런 걸 사왔냐 하시면서도 먹는 용법과 약효를 꼼꼼히 물으시던 두 분.
예전 같으면 차 타고 오기 힘들었겠다며 한솥 뜨끈한 밥을 지어 놓으셨을 할머니는, 마치 늘 그랬던 것처럼 외식에 동의하셨다. 몇 해 전부터 조금씩 간 맞추기에 서툴어지시더니 작년 아프고 나신 후에는 이제 식욕도 많이 줄어드신듯 하다. 고봉밥에 남은 반찬을 싹 비우던 그녀였기에, 남은 밥을 보니 그녀가 새삼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골목을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가방에 들어있던 카메라로 꼭 잡은 우리 두 손을 찍고 싶었는데, 렌즈를 통에서 빼내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맞춰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한 손으로는 하기 어려워 사진기를 꺼내지 못했다. 잡은 손도 놓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렇게 손을 잡고 걸었다. 노인의 속도로 길을 걷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늘과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세 블럭 남짓 되는 거리를 쉬엄쉬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 쭈그리고 앉은 그녀의 사진을 하나 찍었다. 참 작구나. 뷰 파인더 안에, 몸을 오그린 그녀는 참 자그마했다.
할머니, 제가 이번에 추석 때 못 올 거 같아서 미리 들렀어요,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길에 말했다.
그래. 그럴 거 같았어. 그럴 거 같더라. 그래. 우리 뭐 하지도 않는데... 손을 붙잡은 채 허공을 보며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는 자꾸만 작아지고 자꾸만 약해진다. 무슨 일이든 닥치면 다 해낼 거 같던 나의 할머니. 이제는 기차역까지 우리를 바래다 줄 수 없어졌다. 늙는 것이다. 내가 그녀보다 훨씬 크게 자라난 만큼.
할머니 2
외할머니는 서울에 사신다. 강남에 유명한 어느 동네이고, 집도 크고 넓다. 늘 예쁘게 꾸미시고 다니시는 멋쟁이이시기도 하다. 그 나이대에도 심지어 '이대 나온 여자'라서 옷도 늘 격식을 차려 입고 계셨고, 옆에 가면 늘 화장품 냄새가 났다. 그래서일까. 나에게는 언제나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기도 했다.
외할머니를 떠올리면 옆에서 화를 내고 있는 엄마가 함께 떠올랐다. 외할머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가 좀 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난 척을 하시기 때문에 옆에서 엄마는 항상 외할머니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에 바빴다. 고등학교 때였나, 엄마가 할머니의 생신 선물로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날 끼워서 삼대모녀가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패키지 여행이어서 이상한데 많이 돌아다니고 피곤한 일정이었는데, 외할머니가 아들 자랑이었는지 딸 자랑이었는지를 계속 해서 엄마가 미칠듯이 그만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런 기억들 뿐이다.
그녀는 눈이 잘 보이지 않고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가 한쪽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고 부끄러울 정도로 목소리가 컸던 자신의 엄마에게 연민을 가졌다고 했다.
사실 외할머니는 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엄뿔'의 고은아 같은데도 있고, 예쁘다는 칭찬, 피부가 곱다는 칭찬을 참 좋아하신다. 뭔가를 볼 때 눈 바로 앞에 바짝 갖다 대야만 보이시는데, 그 모습이 예쁘게 꾸미신 겉모습과 이상하게 대비가 되면서 애처롭게 보인다.
외할머니댁을 혼자 찾은 건 처음이다. 늘 엄마와 함께, 혹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였다. 할머니처럼 애틋한 마음보다는 낯섦이 더 많았기에 그랬을 것이다. 늦은 저녁 작은 선물을 들고 찾은 손녀딸을 맞으면서 할머니는 아이처럼 뛰어 다니셨다. '너랑 와인 한 잔 하려고 준비해 놨어'
예쁜 와인 잔 두 개와 동그랑땡, 수박과 오렌지를 얹은 접시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수레 위에 놓였다. (이 수레를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으나.. 호텔 룸서비스를 시키면 직원이 밀고 오는 그것과 흡사하게 생긴 것이다.) 와인을 홀짝이며 그녀는 이런 저런 수다를 쏟아냈다. 그녀를 찾아간 내 기분이 이상했던 만큼, 그녀도 갑자기 찾아와 혼자 인사를 하는 다 커버린 손녀딸이 낯설고 이상했을 것이다. 이제 어른이구나, 하며 원래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잘 된다고 유명한 점쟁이가 그랬어 라고 깔깔 웃으시는 나름 귀여우신 외할머니.
집을 나서는 길, 면세점에서 뭐 사다 드릴까요 라는 물음에 시슬리 스킨 로션을 주문하신다. 혹시 내가 이름이라도 틀리게 외울까 싶어 '라이트닝' 로션이라고 몇 번씩 강조를 하신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라면 그런 할머니가 싫었겠지만 지금은 귀여우시단 생각이 든다.
손에는 노잣돈도 쥐어 주시고 잘 보이지 않는 내 얼굴을 계속 쓰다듬어 보던 그녀의 투박한 손처럼.
오랜만에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있다. 꺼내서 찍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보고 호불호를 결정할 수 있는 디지털에 비해 찍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에 만났던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던 카메라때문에 나도 책상 구석에 쳐박혀 있던 녀석을 꺼낸 것인데, 막상 찍을 거리는 많지 않고 카메라를 보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그 사람이 연상되어 오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노출계가 고장나 버린 탓에 인간 '뇌출계'를 활용해야 하는데, 사진을 찍은지 오래되다 보니 빛을 보는 것이 영 낯설다. 아직 한 롤을 다 찍지 못해서 인화를 해 보지 못했는데 몇 컷이나 살아남을지 의문.
어제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대전에 다녀왔다. 여행이 어쩌다보니 추석과 겹치게 되어 미리 인사를 드리러 간 것이었다. 손녀가 사 간 선물을 보고 뭘 이런 걸 사왔냐 하시면서도 먹는 용법과 약효를 꼼꼼히 물으시던 두 분.
예전 같으면 차 타고 오기 힘들었겠다며 한솥 뜨끈한 밥을 지어 놓으셨을 할머니는, 마치 늘 그랬던 것처럼 외식에 동의하셨다. 몇 해 전부터 조금씩 간 맞추기에 서툴어지시더니 작년 아프고 나신 후에는 이제 식욕도 많이 줄어드신듯 하다. 고봉밥에 남은 반찬을 싹 비우던 그녀였기에, 남은 밥을 보니 그녀가 새삼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골목을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가방에 들어있던 카메라로 꼭 잡은 우리 두 손을 찍고 싶었는데, 렌즈를 통에서 빼내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맞춰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한 손으로는 하기 어려워 사진기를 꺼내지 못했다. 잡은 손도 놓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렇게 손을 잡고 걸었다. 노인의 속도로 길을 걷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늘과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세 블럭 남짓 되는 거리를 쉬엄쉬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 쭈그리고 앉은 그녀의 사진을 하나 찍었다. 참 작구나. 뷰 파인더 안에, 몸을 오그린 그녀는 참 자그마했다.
할머니, 제가 이번에 추석 때 못 올 거 같아서 미리 들렀어요,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길에 말했다.
그래. 그럴 거 같았어. 그럴 거 같더라. 그래. 우리 뭐 하지도 않는데... 손을 붙잡은 채 허공을 보며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는 자꾸만 작아지고 자꾸만 약해진다. 무슨 일이든 닥치면 다 해낼 거 같던 나의 할머니. 이제는 기차역까지 우리를 바래다 줄 수 없어졌다. 늙는 것이다. 내가 그녀보다 훨씬 크게 자라난 만큼.
할머니 2
외할머니는 서울에 사신다. 강남에 유명한 어느 동네이고, 집도 크고 넓다. 늘 예쁘게 꾸미시고 다니시는 멋쟁이이시기도 하다. 그 나이대에도 심지어 '이대 나온 여자'라서 옷도 늘 격식을 차려 입고 계셨고, 옆에 가면 늘 화장품 냄새가 났다. 그래서일까. 나에게는 언제나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기도 했다.
외할머니를 떠올리면 옆에서 화를 내고 있는 엄마가 함께 떠올랐다. 외할머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가 좀 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난 척을 하시기 때문에 옆에서 엄마는 항상 외할머니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에 바빴다. 고등학교 때였나, 엄마가 할머니의 생신 선물로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날 끼워서 삼대모녀가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패키지 여행이어서 이상한데 많이 돌아다니고 피곤한 일정이었는데, 외할머니가 아들 자랑이었는지 딸 자랑이었는지를 계속 해서 엄마가 미칠듯이 그만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런 기억들 뿐이다.
그녀는 눈이 잘 보이지 않고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가 한쪽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고 부끄러울 정도로 목소리가 컸던 자신의 엄마에게 연민을 가졌다고 했다.
사실 외할머니는 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엄뿔'의 고은아 같은데도 있고, 예쁘다는 칭찬, 피부가 곱다는 칭찬을 참 좋아하신다. 뭔가를 볼 때 눈 바로 앞에 바짝 갖다 대야만 보이시는데, 그 모습이 예쁘게 꾸미신 겉모습과 이상하게 대비가 되면서 애처롭게 보인다.
외할머니댁을 혼자 찾은 건 처음이다. 늘 엄마와 함께, 혹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였다. 할머니처럼 애틋한 마음보다는 낯섦이 더 많았기에 그랬을 것이다. 늦은 저녁 작은 선물을 들고 찾은 손녀딸을 맞으면서 할머니는 아이처럼 뛰어 다니셨다. '너랑 와인 한 잔 하려고 준비해 놨어'
예쁜 와인 잔 두 개와 동그랑땡, 수박과 오렌지를 얹은 접시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수레 위에 놓였다. (이 수레를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으나.. 호텔 룸서비스를 시키면 직원이 밀고 오는 그것과 흡사하게 생긴 것이다.) 와인을 홀짝이며 그녀는 이런 저런 수다를 쏟아냈다. 그녀를 찾아간 내 기분이 이상했던 만큼, 그녀도 갑자기 찾아와 혼자 인사를 하는 다 커버린 손녀딸이 낯설고 이상했을 것이다. 이제 어른이구나, 하며 원래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잘 된다고 유명한 점쟁이가 그랬어 라고 깔깔 웃으시는 나름 귀여우신 외할머니.
집을 나서는 길, 면세점에서 뭐 사다 드릴까요 라는 물음에 시슬리 스킨 로션을 주문하신다. 혹시 내가 이름이라도 틀리게 외울까 싶어 '라이트닝' 로션이라고 몇 번씩 강조를 하신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라면 그런 할머니가 싫었겠지만 지금은 귀여우시단 생각이 든다.
손에는 노잣돈도 쥐어 주시고 잘 보이지 않는 내 얼굴을 계속 쓰다듬어 보던 그녀의 투박한 손처럼.
재능?
호어스트의 포스트잇2008. 8. 29. 01:08
누구나 괜찮은 창작자의 재능을 지닌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조금 덜 노력해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이야기를 해 낼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은 가르침만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거 같다. 물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곤 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쭉 없기도 하니까.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그 때 포기하지 않는다면 재능은 생기는 건가?
들꽃의 작품을 보는 마루의 얼굴이 슬펐음.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그 때 포기하지 않는다면 재능은 생기는 건가?
들꽃의 작품을 보는 마루의 얼굴이 슬펐음.
골똘히
호어스트의 포스트잇2008. 8. 23. 05:16
오늘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의 상영이 있었다.
끝나고 한참 뒤, 함께 그 곳에 와준 룸메가 얘기한다.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니가 좀더 거들먹거리면 좋겠어. 이건 이런 거구요, 저런거구요 그러면서.
왜?
그런 게 사람들한테 먹히잖아.
흥. 난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믿어. 있어보이는 거보단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더 좋아!
하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는 그저 겸손해 보이고 싶었을 뿐.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진심은 정말 통할까? 내가 겸손한 척 한 것도 다들 눈치챘을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란 참으로 우스워서
대체로는 진심이란 것에 동하기 마련이지만
가끔씩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동하는 순간들이 있다.
가식적인 한 마디라도, 수고했어, 그 한 마디가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아니면, 어쨌든 그 순간에 수고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진심이 있는 걸까?
끄응.
오늘 상영은 이음아트라는 대학로의 책방에서 했다.
이런 건 미리미리 말하고 사람들도 초대할 줄 알아야 하건만
여전히 쑥쓰럽고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막상 초대했는데 안 오면 무지 서운하다. 아마 그래서 그런 서운함을 갖기 싫어서 아예 말을 안 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 책방은 참 좋은 곳이다. 정말로.
대학로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영화를 틀 수 있다니 참 좋다.
오늘 행사는 이음아트를 좋아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후원의 밤이었다. 내 예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자리였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공연을, 글쓰는 사람들은 낭독을, 사진찍는 사람들은 사진을 기부했고, 연극 공연도 있었다. (말로 공연도 연극 공연도 무용도 정말 좋았어 흑) 책방은 사람들로 꽉 찼고, 낭독 소리가 안 들릴까 에어콘을 꺼서 더웠는데도 다들 몇 시간이고 서서라도 자리를 지켰다. 권해효씨도 만났고, 송호창 변호사도 왔고(꺄야-) 엿튼 그 작은 책방에 그리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가득한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사장님은 오늘 참 좋았을 거 같다.
오늘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진심은 정말 통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책방 주인과 손님도, 손님과 손님도 서로를 믿고 마음을 아는.
약간 이상한 경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지만, 작은 책방이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인가보다.
난 그 공간이 정말 좋고,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공간에 애착을 품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비로소 알게 된 거 같기도 하다. 책을 살 때도 인터넷 서점보다는 꼭 이음아트에 가서 사곤 하니까.
이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겠냐마는
오는 사람들은 분명 좋아할 만한 책방일 거라 확신하므로!
오래오래 이음아트가 살아남아 좋은 책들 많이 구경할 수 있게, 다들 많은 애용 바람!
(난 룸메와 오늘 책 5권을 구입!)
이음아트는
혜화역 1번출구로 나와서 아디다스 골목으로 들어와, 정면에 보이는 유가네 닭갈비 왼쪽 골목에 있는 낙지 집 지하임.(이렇게 설명하면 어렵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바로 나옴 ㅋ)
이번 후원의 밤과 함께 이음아트 도서상품권 판매와 선불제 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람.
특별히(?)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의 디비디도 이음아트에 기부하여 판매하므로
많은 구입도 함께 바람;;
히히.
* 이음아트 블로그
끝나고 한참 뒤, 함께 그 곳에 와준 룸메가 얘기한다.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니가 좀더 거들먹거리면 좋겠어. 이건 이런 거구요, 저런거구요 그러면서.
왜?
그런 게 사람들한테 먹히잖아.
흥. 난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믿어. 있어보이는 거보단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더 좋아!
하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는 그저 겸손해 보이고 싶었을 뿐.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진심은 정말 통할까? 내가 겸손한 척 한 것도 다들 눈치챘을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란 참으로 우스워서
대체로는 진심이란 것에 동하기 마련이지만
가끔씩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동하는 순간들이 있다.
가식적인 한 마디라도, 수고했어, 그 한 마디가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아니면, 어쨌든 그 순간에 수고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진심이 있는 걸까?
끄응.
오늘 상영은 이음아트라는 대학로의 책방에서 했다.
이런 건 미리미리 말하고 사람들도 초대할 줄 알아야 하건만
여전히 쑥쓰럽고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막상 초대했는데 안 오면 무지 서운하다. 아마 그래서 그런 서운함을 갖기 싫어서 아예 말을 안 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 책방은 참 좋은 곳이다. 정말로.
대학로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영화를 틀 수 있다니 참 좋다.
오늘 행사는 이음아트를 좋아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후원의 밤이었다. 내 예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자리였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공연을, 글쓰는 사람들은 낭독을, 사진찍는 사람들은 사진을 기부했고, 연극 공연도 있었다. (말로 공연도 연극 공연도 무용도 정말 좋았어 흑) 책방은 사람들로 꽉 찼고, 낭독 소리가 안 들릴까 에어콘을 꺼서 더웠는데도 다들 몇 시간이고 서서라도 자리를 지켰다. 권해효씨도 만났고, 송호창 변호사도 왔고(꺄야-) 엿튼 그 작은 책방에 그리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가득한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사장님은 오늘 참 좋았을 거 같다.
오늘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진심은 정말 통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책방 주인과 손님도, 손님과 손님도 서로를 믿고 마음을 아는.
약간 이상한 경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지만, 작은 책방이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인가보다.
난 그 공간이 정말 좋고,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공간에 애착을 품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비로소 알게 된 거 같기도 하다. 책을 살 때도 인터넷 서점보다는 꼭 이음아트에 가서 사곤 하니까.
이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겠냐마는
오는 사람들은 분명 좋아할 만한 책방일 거라 확신하므로!
오래오래 이음아트가 살아남아 좋은 책들 많이 구경할 수 있게, 다들 많은 애용 바람!
(난 룸메와 오늘 책 5권을 구입!)
이음아트는
혜화역 1번출구로 나와서 아디다스 골목으로 들어와, 정면에 보이는 유가네 닭갈비 왼쪽 골목에 있는 낙지 집 지하임.(이렇게 설명하면 어렵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바로 나옴 ㅋ)
이번 후원의 밤과 함께 이음아트 도서상품권 판매와 선불제 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람.
특별히(?)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의 디비디도 이음아트에 기부하여 판매하므로
많은 구입도 함께 바람;;
히히.
* 이음아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