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결혼 적령기? +1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질 줄 모르고, 예전 친구들을 만난다는 긴장감에 약간 얇은 옷을 나름 차려입고 나갔는데-
결혼식의 평가는, 왜 락커처럼 하고 왔냐였다. 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건 아니고.. 흠냐..

결혼식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 뒤쪽에서 서서 결혼식을 구경하게 됐는데,
정말 앞에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사람들은 대체로 서로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축의금과 식권을 교환하는 듯한 느낌과
정신없이 빈 의자에 끌어앉혀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여하튼 좋은 일이니까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결혼식이라는 건 참 재미없구나, 또 생각했다.
근데 또 이상한 건 예전에는 그게 완전히 남의 일처럼 생각됐었는데
오늘 그 친구가 부모님한테 인사드리는 장면에선 괜히 내 기분이 너무 이상해졌다.
꼭 내가 거기 서 있는 거 같아서 마음이 왈칵왈칵..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좀 떨다가 돌아와서 내 기분이 왜 왈칵거렸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 또래가 결혼을 하게 돼서 인지 아니면 지금 내 상태가 결혼에 감정이입을 할 만한 상태여서 그런건지... 뭐 둘 다인거 같기는 한데 그러면서 또 나는 왜 그렇게 결혼을 싫어할까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
지금 애인은 결혼을 하고 싶어하고 나는 계속 하기 싫다고 하고 있다.
특별히 나의 부모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거 같지도 않고(다른 집들에 비해서;;)
그를 평생 같이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적어도 지금은;;)
그나 그의 가족이 대단히 가부장적이라거나 일을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식구가 많지도 않고!)
결혼을 하면, 일단 결혼식을 하면 지금보다는 이것저것 생기는 수입도 있을거고(나에겐 친척들이 꽤 있으므로-)
나에게도 '안정'에 대한 욕망이 있으며(가끔은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내 맘대로 야외+파티+공연의 결혼식을 해도 좋다고 할 만한 부모와 애인과 친구들도 있는데(비록 다들 가난하지만 ㅎ)
근데 나는 참 이상하게도 결혼이 싫다. 그와 함께 사는 것도 나름 좋고,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1%정도 있는데... 결혼하면 꼭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구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 볼 문제이긴 하지만, 싫은 걸 어째... 하는 수 없지 뭐.

그래도 가끔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기는 해. 크크.

+) 그나저나 건대 앞은 몰라보게 번화가가 되었더고나... 커피숍 찾아 삼만리 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