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기념

수상한 룸메이트2010. 2. 4. 17:37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는 걸 좋아한다.
나중에 모아서 보면 꽁돈 같기도 하고, 워낙 뭐든 잘 흘리고 다니니까 모아두는 것도 좋고.
동생이랑 자취할 때부터 쓰던 커다란 하이네켄 저금통.
동생이랑 첫 해에 모은 돈이 17만원이었고
그걸 적립식 펀드에 (그 때 딱 한 번밖에 입금을 못 시켰지만;) 넣어서 2년 후 30만원으로 찾았던 ㅎ
룸메와 살면서도 동전을 모았다.
첫 해에는 12만원 정도.
올해는 10원짜리까지 다 해서 15만원이란다.
아래 사진이 루씨에서 이사를 하기 직전에 저금통을 깨서 돈을 세던 때인데,
저 때의 수키는 참 조그마하구나.
지금 수키는 무지무지 커졌다.
우리들도 어딘가, 그만큼 자랐겠지?

우리들의 2주년 기념식은 돈 세는 것으로 마무리.

집 청소

수상한 룸메이트2009. 11. 30. 14:13
요즘 매일매일 빨래를 한다. 집이 건조해서 빨래로 그것을 무마시켜보려는 수작이다. 늦게 잠드니까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서 더 늦기 전에 하는 일이 빨래다. 이불도 빨고 베개커버도 빨고 오늘은 매트를 빨았다. 상쾌한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작년에 룸메와 산 공기청정기에 얼마 전 필터 교환 불이 들어왔다. 고양이 두 마리에 밖에서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두 사람이 살고 있으니 먼지야 많겠지만, 별로 공기청정에 효과가 없어보이던 녀석이 그래도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생각해보니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마련한 살림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이 선물 받거나 각자 자취생활하면서 쓰던 것들이었고, 새로 마련한 건 가스렌지(이사 올 때 주고 왔다 ㅠㅠ)와 진열상품 세일을 하던 김치냉장고, 빨래 건조대와 공기청정기.. 그 정도인가. 요즘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처음에 우리가 살았던 공간을 떠올려보곤 한다. 지금 사는 집이 넓고 편하지만, 루씨는 뭔가 아련한 추억같은 느낌이 있다. 거기서도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치 알콩달콩 재밌기만 했던 것처럼. 아마 엄마 아빠가 살던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우리 짐이 아닌 것들도 많아지게 되니까 루씨를 완전한 우리만의 공간으로 추억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아마 온전히 우리 둘이었던 공간은 거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매일 저녁마다 내일은 집 청소를 제대로 하겠어! 하고 결심한다. 하지만 빨래를 돌리고 밥을 챙겨먹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으면 청소는 어느덧 뒷전. 빨래를 널고 이불에 누워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나도 어느새 같이 누워버리고 마는 것이다...ㅠ 룸메는 이것을 '수키의 유혹'이라 부르는데, 참 이겨내기 힘든 유혹이다,  오늘은 잘 이겨내고, 정말 청소를 해 볼테다.

오늘 해야 했던 모든 일들과 일정을 다 취소하고 하루종일 뒹굴거리다가 룸메를 만나러 모 학교에 갔다. 4월, 한창 벚꽃으로 가득할 그 곳. 초중고 12년에 대학 5년까지, 17년 가까운 시간동안 3월을 기준으로 새해가 시작된 탓에 3월부터 나는 그렇게 죽자사자 술을 마셔댄 건지도 모른다. 봄은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혹은 날카로운) 바람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그 바람에 꽃향기를 실어다주기도 하니 야외에서 낮술을 마시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계절이다.
4시즈음 찾은 학교는 북적거렸다. 아직도 바람이 찬 우리집 근처와 다르게 벚꽃이며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라일락까지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고, '요즘 대학생들은 다 도서관에서 쩔어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잔디밭에 앉아 술이나 커피(내가 학교에 다닐때는 커피 마시는 인구란 찾아볼 수 없었는데 ㅠ)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짜장면도 시켜놓고, 떡볶이를 먹기도 하고, 화창한 날에 걸맞게(?) 아사히나 하이네켄을 들고 마시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여럿이 모여 소리지르며 노는 게임종족과 둘셋이서 오붓하게 캔 하나 들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 유독 소주병을 자랑스레 꺼내놓고 가장 어두운 곳에 앉아 술을 마시는 무리가 내눈에는 가장 돋보였달까.

꽃그늘 아래선 생판 남인 사람 아무도 없네
花の陰あかの他人はなかりけり

라고 일본의 모 시인이 오래전 말했다시피
꽃그늘 아래서 술 마시는 그들은 모두다 즐거워 보였다.
몸인지 마음인지 어느 한 쪽은 파삭 늙어버린 나는 그 무리에 끼지 못하고, 그 학교 앞 가장 어두침침한 지역의 추어탕 집에서 소주를 들이켰다. 요즘은 왜그리 추어탕이 먹고 싶은지, 들깨와 산초를 넣어 후루룩 먹고 나면 꽃그늘 아래 부럽지는 않았으나, 이리도 화창한 날에 실내 구석에서 (보기에는) 우중충한 음식에 참이슬 오리지날을 먹는 내가, 조금은 아저씨 같았다.

이 짧은 휴가가 끝나면, 휴가처럼 일하며 남산 자락에 올라 녹두전에 막걸리를 들이키리라,
라고 결심하는 나 역시, 조금 많이 아저씨 같구나.

늠름

수상한 룸메이트2009. 2. 17. 02:03
여행 사진을 좀 올려볼까 하고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맥쓰사 까페에서 알게 된 재미난 웹편집사이트때문에
결국 수키씨의 사진을 올리게 됨 ㅎ
사이트 이름은 Dumpr
템플릿을 선택하고 사진을 올리면 재미난 편집을 해 준다.
사진은 아마도 루씨에서 뭔가를 먹을 때였던 듯.

늠름한 수키씨.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무릎에 올라와 있는 수키상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당최 떨어질려고 하지를 않는다능...
여행 다녀온 뒤로 더 심해져서
뒷꽁무니만 졸졸졸졸
물론 나보다는 룸메의 뒷꽁무니를 쫓기에 바쁘시지만
이렇게 가끔 (푹신한 쿠션이 필요할 때는) 내 무릎에 와주신다.

아직도 아기 같은데
벌써 발정기가 오고 있다..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