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집 청소

수상한 룸메이트2009. 11. 30. 14:13
요즘 매일매일 빨래를 한다. 집이 건조해서 빨래로 그것을 무마시켜보려는 수작이다. 늦게 잠드니까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서 더 늦기 전에 하는 일이 빨래다. 이불도 빨고 베개커버도 빨고 오늘은 매트를 빨았다. 상쾌한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작년에 룸메와 산 공기청정기에 얼마 전 필터 교환 불이 들어왔다. 고양이 두 마리에 밖에서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두 사람이 살고 있으니 먼지야 많겠지만, 별로 공기청정에 효과가 없어보이던 녀석이 그래도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생각해보니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마련한 살림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이 선물 받거나 각자 자취생활하면서 쓰던 것들이었고, 새로 마련한 건 가스렌지(이사 올 때 주고 왔다 ㅠㅠ)와 진열상품 세일을 하던 김치냉장고, 빨래 건조대와 공기청정기.. 그 정도인가. 요즘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처음에 우리가 살았던 공간을 떠올려보곤 한다. 지금 사는 집이 넓고 편하지만, 루씨는 뭔가 아련한 추억같은 느낌이 있다. 거기서도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치 알콩달콩 재밌기만 했던 것처럼. 아마 엄마 아빠가 살던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우리 짐이 아닌 것들도 많아지게 되니까 루씨를 완전한 우리만의 공간으로 추억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아마 온전히 우리 둘이었던 공간은 거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매일 저녁마다 내일은 집 청소를 제대로 하겠어! 하고 결심한다. 하지만 빨래를 돌리고 밥을 챙겨먹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으면 청소는 어느덧 뒷전. 빨래를 널고 이불에 누워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나도 어느새 같이 누워버리고 마는 것이다...ㅠ 룸메는 이것을 '수키의 유혹'이라 부르는데, 참 이겨내기 힘든 유혹이다,  오늘은 잘 이겨내고, 정말 청소를 해 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