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2월

골방/서재2010. 2. 28. 18:21
매달 보고 들은 걸 기록해 놓는 게 새해 목표였는데, 한 달은 갔다.
하지만 음력설이 있으니까 ㅎㅎㅎ
새해는 2월부터!


<책>
자학의 시 1, 2
= 1권은 별로였는데, 2권까지 읽고 나서는 팬이 되었다. 2권은 눈물을 흘리며 보았네. 예전에 비해 '엄마'에 관한 이야기들이 깊이 들어온다.

내가 살던 용산
= 모든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것, 언제라도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사건'을 누군가의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는 힘, 그 힘이 좋다.

심야식당 4
= 심심한 듯 안 심심한. 주인장의 로맨스도 있다. 헙..

삼성을 생각한다
= 삼성에 대한 비화는 이전부터 수없이 많은 것을 들어왔는데, 이 책은 거기에 실명과 구체적인 사건들을 더한다는 장점이 ㅎ 예전에 이마트 언니들 노조만든다고 할 때도 감시 감청에 몇 억씩 준다는 약속을 했단 얘기를 들었는데, 고위관리직 쪽은 그 금액이 장난이 아닌가보더라. 이야기가 반복돼서 뒤에가서는 좀 지루했지만, 문장이 짧고 간결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다. 김용철도 참 특이한 사람인듯..

도키오
= 미야베 책을 빌리러 도서관 갔다가 없길래 옆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빌렸다. 이전에 읽었던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인데, 다른 거라면 이번에는 화자가 아버지라는 것. 사건이 흘러가는 모양새는 추리소설을 닮았지만, 사실은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도키오는 한자로 時生. 주인공의 이름이다.

요새 젊은 것들
= 이 책을 시작으로 어쩌다 몇 개의 인터뷰집을 읽게 됐는데, 이 책의 저자들이 질문을 가장 꼼꼼하게 준비한 것 같았다. 인터뷰이들은 마이너 중 마이너지만 ㅎ 인터뷰이의 명성으로 팔릴 책 같지는 않은데 읽어보면 꽤나 재미난 사람들인 것만은 분명한 듯.

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 님좀짱인듯.

청춘사용설명서
= 인터뷰이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음. 뭔가 '업적'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매력적이었다.

독고다이
= 아주 재밌진 않았지만, 나도 블로그에 꾸준히 '한뻠에세이'를 적어놓고 싶게 했다. 일상의 기록들을 남겨놓는 건 참 중요한 일.

그 남자의 방
= 김이정 단편집. 일곱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두 종류의 이야기가 약간씩 변주되고 있어서 비슷한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검은 강>과 <그 남자의 방>이 좋았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1-9
= 꺅.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ㅎㅎ 모처럼 추억에 젖어보았다. 오스칼 만세!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 술술 잘 읽혔지만, 기대에 비해선 실망. 나와의 접점이 많지 않아서였나보다. 근데 맨 뒤에 인터뷰는 너무 생뚱맞았다. 인터뷰어를 잘못 선택한 듯.

플라이 대디 플라이
= 1월에는 레볼루션 넘버3을 읽고 2월에는 이 책을.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을 읽으면 가볍고 유머있게, 단문장의 글을 쓰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선 무엇보다 운동에서 몸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ㅎㅎ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 오랫동안 책장에만 꽂아두었다가 얼마전에 읽었다. 인터뷰들이 다소 산만하게 섞여있고 인터뷰어에 따라서 느낌도 달라서 아쉬웠다. 그래도 투쟁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

<영화>

베터 댄 섹스
= <두 개의 선> 작업 때문에 다시 봤는데, 예전만큼 재밌진 않았고 좀 짧단 느낌이 들었다. 얘기를 하다 만듯?  언젠가 섹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음 ㅎ

멋진 하루
= 심심했다.  집중을 안 하고 봐서 그런가. 전도연은 예뻤지만-

의형제
= 강동원이 아니었음 영화관가서 보진 않았을텐데;; 아닌 척 하면서 단순화 시킨 이야기들이 싫다.

밥 꽃 양
=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먼저 굶어 죽나 니가 배터져 죽나 보자.... 억울해서 못 살겠는 사람은 왜 이렇게 줄지 않을까... 수없이 봤던 반복되는 장면들..

<연극>

등화관제
전형적인데 전형적이지 않았다. (이것은 칭찬이 아니다.)

닥찬 지성!

골방/신전2009. 4. 20. 04:53


진짜 닥치고 박지성 찬양;
이 남자, 라면에 밥도 말아먹을 남자야!

엠비씨 스페셜팀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요즘 훈남 스페셜 참 좋음.

처음 워낭소리를 보았을 때 나는 그 영화가 불편했다. 재미가 있다, 없다로 말한다면 재미가 있었다. 감동적이라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나오는 할머니가 좋았다. 그 할머니의 말이 재미있었고 할머니가 좋았지만, 그 할머니의 말이 영화 속에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불편했다. 그런 느낌들이 이어져서 할머니와 소, 할아버지가 다 불쌍하게 느껴져서 싫었다. 뭐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자막 때문에 좀 열이 받았다. 주인공이 셋인데 왜 헌사는 둘한테 하냐 이거지. 할머니는 뭐냐고.
근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했고,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 삐뚤어진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고, 만들고 있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떨어져서야 되겠나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간절히 위로받고 싶어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고 자기가 가진 죄책감들을 쓸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싫었다.
뭐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많았지만, 여러 흐름을 타고 이 영화는 승승장구했고, 지금은 200만을 바라보는 초대박영화가 되었다. 최근에는 이메가가 이 영화를 친히 관람하시면서, 각종 논란을 몰고오고 있기도 하고.

이 영화가 독립영화다 아니다라는 논쟁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냐 아니냐 라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런 논란은 독립영화나, 독립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의 입지를 좁히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독립영화라서 용서하거나, 독립영화라서 비판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나도 처음에 그런 잣대를 들이대며, (이 영화는 독립다큐멘터리가 아니며) 이런 영화가 독립영화라고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면 어쩌나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사실 그래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싶다. 그걸 시작으로 더 많은 영화들을 보고, 독립영화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더 많이 생기면 좋으니까. 정책적 투쟁으로 상영관을 얻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영화로 그것을 할 수 있다면 좋은 거겠지.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메가와 함께 영화를 본 그 퍼포먼스가 옳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고놈은 워낭소리가 가진 어떤 장점들말고, 자기가 필요한 것 - 열심히 일하면 경제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 같은 - 만 취할 놈이니까, 그런 자리에 가서 구색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를 위해서라면, 더 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을 조직해서 단체로 피켓팅을 하든 뭘하든 다른 방법을 고민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쫌 너무 변명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는 제작자도 싫고 영화도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뻔한 얘기를 뭐하러 늘어놓으냐면,
독립영화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때론 무지 권력적이라는 것을 오늘 어떤 자리에서 느꼈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쓰일 말이라면 나는 독립영화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져버렸기 때문에. 기억해두고 싶다.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자부심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걸로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지는 말자.

천사님

골방/신전2009. 2. 13. 01:18
아오이 유우상,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예쁠 줄이야.
그닥 재미없은 '오센'을 아오이 유우 보는 맛에 열심히 보고 있다.
술을 많이 먹는 여인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캬~ 할 때마다 술을 같이 먹고 싶어지는 나의 마음.

아- 이쁘다.

여행

골방/사진관2009. 1. 14. 02:27
어쩌다 이달 말에 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남아서 졸라게 일할 반이다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나에게는 여하튼 중요한 기회니까 - 라고 뻔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도착할 곳은 오사카.
열심히 일본어 공부한 것이 쓸모가 있을까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얘기해보는 것은 재미있을 것이다.
룸메는 내가 이야기를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수다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수다스런 내가 좀 싫을 때가 만타능;;
특히 딴 사람 얘기를 참하게 못 듣고 막 끼어들면 밉다... 미운 내 자신..

네덜란드에 갔던 건 사진조차 어디에 있는지 못 찾겠는데
필름 스캔해 놓은 사진이 몇 장 있기에 올려본다.
올 한해는 좀더 풍성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사물과 세상을 만날 수 있길.

지금 이런 거 왜 쓰냐면;
할 일이 있는데 너무 하기 싫으니까.. 혹은 너무 못하겠으니까? ㅎ


로테르담에서 아마 헤이그로 가던 기차 안인 듯, 건성으로 얘기를 듣는 내가 보인다;
이야기 중인 사람은 결혼을 며칠 앞둔 Erika씨.


영어가 싫다며 맞은편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창 밖을 바라보던 룸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