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파아란

골방/사진관2008. 10. 1. 03:13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건, 그냥 오래된 나의 로망 중 하나.

네덜란드는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머물던 시간들 중 가장 날씨가 좋았던 저 날의 저 곳은, Zeeland의 어디쯤.

집 앞에 박물관 같은 배들이 떠 있었다. 마을을 지키는 성 같은 것도 있고(지금은 공무원이 산다던가?)운하도 있고, 바다도 있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특별한 주말에는 동네 사람들이 집을 개방한다. 깃발이 걸린 집은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대부분 17세기 이전에 지어진 집들이라 신기한 것들이 많다. 정원들도 넓고.

뭐 그건 그렇고
그냥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 오늘 영화관에서 진창 잔 탓인지 잠이 안 든다. 흑

호텔 마다가스카르: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상세보기

'
산다'라는 행위는 묘한 만족감을 준다. 포도주를 빚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면서도 어쨌든 결과물을 샀으므로 그 과정까지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p101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사람들. 심지어 호텔 이층의 베란다에 서서 한숨 돌리고 있을 때에도, 눈이 마주치면 손을 내민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내미는 손은 그대로 심장을 꾸욱 찌른다. 늘 호텔 앞에서 서성거리는 누더기 포대로 아기를 감싸안은 여인. 나이는 알 수 없다. 젊어 보이기도, 늙어 보이기도 한다. 가난이 시간을 빼앗았나 보다. 무언가를 바라는 눈. 너는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네가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치 모든 마다가스카르인들이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p117

나는 술이 깬 다음날, 전날 밤의 부끄러운 행동을 떠올리며 하루 종일 방바닥을 뒹구는 소심한 성격인 것이다. 모두들 벌써 잊었는데도 말이다. -p122

여행이란, 세상과 하는 연애 같은 거다. 두근거리며 시작하고, 조금씩 상대를 알아간다. 실망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정도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지지만, 한편으론 지루한 감도 있다. 그렇다면 연애는 상대를 돌아보는 여행 같은 걸까. -p218

용감하다는 말은 아름답다는 말보다 기분 좋은 아부이다. -p253

남들이 자신을 비난한다고 느끼거나 변명거리가 필요한 사람은,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긴다. 그러나 '가엾은 나'라고 스스로를 쓰다듬는 동안은 아무런 발전이 없다. 게다가 자신을 동정하느라고 바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쳐다볼 여유도 없다. 히틀러 치하의 군인들 모두가 심성이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유대인 학살을 끔찍하다고 여겼다. 다만 유대인을 가엾게 여긴 게 아니라, 동정의 방향을 돌려 '저런 끔찍한 장면들을 봐야 하다니'하고 스스로를 가엾게 여겼다.
나도 한동안 자기 연민에 빠진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내게는 이렇게 사연이 있는데 알아주지 못하는 쪽이 나쁜 거야, 라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기적으로 굴 수 있다. 등껍데기에 가시를 두른 쿠퍼처럼 말이다. 쿠퍼는 사랑이란 변명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마리오와 공주를 갈라놓았고 자신의 백성인 버섯돌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p281


여름이 끝나갈 무렵, 며칠 간 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대체로 정신없이 바빴는데,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는 아주 한산했다. 아무도 없는 술집에서 창가에 앉아 책읽는 재미가 쏠쏠했더랬지.

동생님이 강력 추천하여 읽었던 책.
문장이 가볍고 재미있다.
여행서인줄 알고 읽다가 로맨스에 빠져드는 즐거움도 있음.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더 어렵다,
는 걸 새삼 깨달았다.
좋은 건 그냥 좋은 거. 일지도.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째가 더 좋았다. (다행히도!)
처음에 부산에서 봤을 때는 아는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마음이 쓰였다. 취재를 다니면서 혹은 어쩌다 어떤 자리들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게 슬펐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은 게 서운하기도 했다.
두 번째에는 룸메와 함께, 인디스페이스에서 보았다. 늦을까봐 무려 택시를 타고 갔는데 예고와 트레일러 상영 등이 근 10분 가까이 계속 되어 다행히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영화관을 나와서, 나는 영화를 참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났고, 룸메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갑자기 눈이 빨개지더니 눈물을 흘렸다. 덕분에 우리는 촛불집회에 감동한 사람들처럼 울면서 을지로를 걸어가고 말았지만;;
비평의 지점에서 아쉬운 것이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떤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진심으로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마음은 일렁였고 그 마음을 조금 위로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단체 소식지에 소개글을 써야지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다시 읽어보니 리플렛을 보고 쓴 거 같기도 하고 먼가 내 맘을 다 전달하진 못한 거 같아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이게 뭐야? 하고 궁금해서 보면 좋겠다 ㅎㅎㅎ

저 아래 배너도 달려 있으니 고고시잉-




이번 여행 목표 중 하나.
싼 값에 드레드 하기.
그리고
카오산 거리 노점에 앉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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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정말 안 했을 거야...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는 나.

무사귀환

골방/사진관2008. 5. 5. 02:14
뭐 며칠 아니었지만 잠깐 국경을 넘어-
갔다가 돌아왔음.

안 그래도 까만 피부는 더욱 까매졌고
머리는 지랄 났고
선물 비용으로 여행 경비보다 많은 돈을 써버렸고
여전히 피곤하지만,

잘 돌아왔음-
즐거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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