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2008년의 시작을 외딴 섬 전기장판에서 보냈다.
배가 들어오지 못하는, 파도가 철썩이는 섬에서 한밤중에 산에 올라 별을 보았다.
우리 난시지구인들은 반짝이는 별을 뭉뚱그려 볼 수 밖에 없음을 한탄했고
세상에 많은 것들은 빛을 내고 있다는 진리를 확인했으며
우리는 외딴 섬에 있지만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적하고 조용하던 섬에서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은
내린 버스터미널에서부터 매캐한 연기와 북적이는 인파로 우리 얼굴을 찌푸리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돌아온 이곳이 익숙하기도 했다.
다시, 수많은 타인들에게로 돌아온 2008년 1월 1일.

오늘은 짜증이 났었다.
짜증의 대부분은 내 몸 때문이었지만
예민해진 몸은 작은 자극들에도 심하게 반응했고
불편할 걸 알면서도 나는 내 짜증들을 담아두지 못하고 밖으로 뱉어냈다.
애인, 친구, 가족 모두에게 짜증을 한 웅큼씩 묻히고서야 더 심한 두통이 돌아옴을 알았다.

여행 중에 한 친구가 그런 이야길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diffrent)와 틀리다(wrong)를 잘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 틀리다로 쓰는데 거기도 이유가 있대.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것을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틀리다'라는 말을 쓰게 된다는 거야. 그 말을 들으니까 그게 이해가 되더라."

타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결국 오늘의 내 짜증은 나와 다른 그들을 틀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들이었다.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멍청한 오만함.

2008년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덜 멍청한 사람이 되자고
새삼 다짐해본다.

오늘 아침부터 내 짜증을 받느라 수고한 어머니와 지각한 주제에 회의 시간에 잘난척 하며 떠들어댔던 꼴사나운 나를 봐야했던 반이다 친구들과 전화기로 내 독설을 고대로 들어야 했던 애인님께도 공개적 사과의 말씀을 전하면서...
새해에는 사과와 반성을 열심히!
부디 두통 치통 생리통 및 요통과도 안녕하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