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 거리 사람들 1
오래간만에 촬영. 그것도 무작위 길거리 촬영.
어이없게도 낯을 약간 가리는 몹쓸 성미 때문에 깅님이 촬영에 섭외까지 수고가 많으시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참 신기하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 건가.
오늘 밖에 나와본 우리들 -우물 안 개구리 반이다의 깅과 나- 은 역시 우리끼리 얘기할 게 아니라 사람들을 좀 만나고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왜 그리 훌륭한 걸까.
이렇게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들이, 그런 20대들이 많은데 왜 세상에선 20대를 취업에 미쳐있는 애들 아니면 된장녀로 보는 건지. 흠냐.
네 번째 인터뷰를 허락해주셨던 J군은 목소리도 좋고 그의 인생관이 참으로 좋아서 열심히 친해져서 중매쟁이 노릇을 하여야겠다 결심했는데, 바보 같이 연락처를 잃어버렸다. 멍충이. 변태처럼 막 싸이월드 이런 데서 검색을 해 봤지만 역시 그런 걸 할 포스를 풍기는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찾지 못했다. 흑.여하튼 그 사람 말처럼 하나보단 둘이 낫고 둘 보단 셋이 낫고 혼자보다 모여서 얘기하는 게 좋다.
운명이라면 다시 볼 날도 오겄지...

- 거리 사람들 2
숭례문이 불에 탔다.
어쩌다보니 집이 그 근처라 나가고 들어오는 길 내내 그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무언가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의 형체를 실제로 본 적은 별로 없어서인지 내 마음도 어째 좀 스산하긴 했다.
그런데 꽉 막힌 도로에서 더 내 눈길을 끈 건 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거나 정말 멍-한 표정으로 숭례문을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흐렸던 오늘, 그 사람들의 모임-그것도 동그랗게, 한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은 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복원한다고 괜히 애쓰지 말고 그냥 그대로 놔뒀음 좋겠다.
아니, 그 모습이 익숙해지면 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런지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