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그녀를 위로한답시고 한 말의 대부분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안쓰러웠던 나의 어떤 시절의, 어린 나에게 괜찮았다고 해 주는 말.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돌아보면 태반이 후회. 그것들이 욕심이든 버리지 못한 쓸데없는 자존심이든 다 내 것들.
영상을 위한 인터뷰 때문이나, 혹은 술자리에서 종종 맞게 되는 진실 게임 따위에서 듣게 되는 익숙한 질문이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 다시 시작하고 싶은 때.
그 때의 내가 조금 달랐다면, 그 때의 내가 조금만 더 용기 있었다면, 혹은 부자 동네에서 이사가지 않았다면,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내 상처가 조금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순간들은 여러 시기에 있다. 리셋하듯 어느 순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는 어떤 싯구처럼 그야말로 지금 알았던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좋지 않을까. 나는 조금더 풍성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순간들을 떠올린 후에 나는 다시 어떤 특정한 시기를 떠올리게 된다. 매일이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순간. 나는 그 시기를 다시 빠져 나올 용기가 없다. 그 시기의 오류들을 바로 잡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면서도 차마 그 곳에 다시 손을 뻗을 자신이 없다. 그 때의 나는 더 없이 나약하고 그 곳에서 가장 모자란 사람이었음에도 그 시기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나는 가끔 나를 칭찬해주고 싶어지니까.
위로한다고 하고 내가 위로 받았다.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어린 나의 어떤 순간들을 이제사 보듬어주었다. 그 시간을 시작으로 수많은 시간들에 대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고 천천히, 오래전에 쓰고 싶던 글을 다시 써 보기로 마음 먹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잊겠지만.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