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투정

월화수목금토일2006. 10. 9. 21:54

이틀을 꼬박 앓고 나서
문득
나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나보다
생각한다.

별볼일없는 연휴였지만
사람들 선물을 사면서
낚시터에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것이 어디 멀리 떠나가 있는 것마냥
내 삶에서 분리될 수 있는 어드메 있는 것처럼
그렇게, 굴었다.
집으로 오자마자 열이 끓었고
온 몸은 바늘로 찔러대듯 아팠다.
몇 번이고 선잠에서 깨는 사이
나는 비슷한 꿈을 꾸었고 비슷하게 괴로웠는데
그 꿈은 대부분 나의 일상이었다.

몸이 아프면 생각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랬었던 적도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럼 누군가가 이제 좀 쉬렴,
그렇게 말해주길 바랬고
병실에 입원해서 책이나 줄창 읽을 일을 꿈꿨다.
그런데 막상 몸이 아프니
머리를 아프게 하는 생각은 그대로이고
머리만 더 아팠고
어치피 미루지 못할 일들이, 할 수 있는 시간만 줄어들며 마음을 괴롭힐 뿐이었다.

마구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나 이렇게 아프다고 힘들다고
근데 그것도 예전만큼 쉽지가 않았다.
내가 그만큼 멀리 온 걸까. 무뎌진 걸까.
굴을 사와 죽을 끓여주던, 어떤 날이 떠올라
잠깐 눈물이 났다.
아직 덜 무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