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예전에는 비를 생각하면,
좋다, 나쁘다,
혹은 술을 마셔야겠다, 음악을 들어야겠다,
혹은 분위기 있다, 울적하다
등의 감정이 떠올랐다.

이제는 비가 오면
무.섭.다.

목요일엔 비 무섭게 내리쳐서 30분에 한 번씩 수채구멍을 확인하며 있어야 했다.
산에서는 조그마한 돌멩이나 흙, 나뭇잎도 내려오지만
지렁이 역시 함께 내려온다.

지렁이를 그냥 보는 거라면 나도 그 아이에게 특별히 미운 감정을 갖고 있지 않지만
물이 수월하게 빠지게 하기 위해 그 아이들을 자꾸만 치워내야 한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그 아이들을 미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흑
특히 그 촉감. 으흑흑
처음 몇 마리의 지렁이는 우리의 화단으로 갔으나
이제 너무 많이 내려와서 어쩌질 못하겠다.

게다가 무슨 무덤 떠내려가는 청개구리도 아니고 비만 오면 물가를 지키고 서있어야 하니...
비 오는 게 지겹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