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낮술>을 보고 술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다. 더 하고 싶었던 것은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무작정 바다로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다에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그리고 머뭇거리던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것. 어느때부턴가 참 무모하지않아졌다. 아주 조심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하튼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사니까, 무모해지지 않는다. 에라, 술 먹고 실수한 셈 치자, 그랬던 것들이 점점 줄어간단 말이지. 실수를 덜 하고 사는 건 기쁘고, 술 마신 다음날 온 몸이 짜증에 범벅이 될 정도로 후회되는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뭐 그만큼 재미없어진 건지도.
술을 진탕 마시고 뻗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며칠간 유지되고 있는데 요즘에는 룸메를 닮아가는지 취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그래서 기분좋은 술 취한 상태가 오래가지 않는다. 게다가 술친구도 줄어간단 말이지. 내가 그동안 쌓아올린 내 단골술집들도 대부분 안 간지 일년은 된 듯.
꽃 피는 봄이 오면 남산 자락에라도 올라 낮술을 진탕 마시고 진상을 부리고 싶다. 그 다음날 사과 전화 몇 통을 하게 되더라도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