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엄마와의 대화가 힘든 이유 중에 하나는, 대화의 대부분이 걱정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다. 밥 먹고 다니냐, 추운데 이불은 잘 덮었냐,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냐, 집에 보일러는 잘 돌리냐, 요즘 돈 없지 않냐 등등. 성질머리가 못된 나는 '내 나이가 지금 몇이냐, 엄마는 내 나이때 애가 둘이었는데, 외할머니가 그런 거 엄마한테 맨날 물어봤으면 짜증나지 않았겠냐!'며 금세 윽박을 질러대고 만다. 그래서 엄마는 자신의 잔소리를 몹시 경계하며 조심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것이다. 자식새끼는 아무리 커져도 자식새끼인 것을 어쩌겠는가.
성질머리가 나빠 화부터 내는 나와는 달리 동생양은 새로운 대화법을 개발하였다.
이른바 메롱대화 ㅎ

엄마가 이야기를 하다가 그게 잔소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메롱을 하는 것.
화를 내는 대신 가볍게 혀를 내밀기만 하면된다. 그리고 재미있기 때문에 둘다 이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가끔 엄마는 '이것마저 잔소리라고 하냐!'라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후훗.
이제 좀더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려나.

하지만 자식도 없으면서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나야말로 어쩌누.



+) 짤방은 요즘 한창 술을 들입다 퍼마시고 싶은 마음의 본인을 표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