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비틀거렸다. 낭떠러지에 간신히 서 있는 기분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었다. 그것을 숨기는 능력이 살면서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누가 민다고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다. 비틀거리고 있으니까 누가 민 게 아닐까 원망해보는 것 뿐. 몇 가지의 일들이, 사실은 작은 일들이었는데, 그래도 화살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는 것, 뿐.
어릴 때는 그런 내가 참 싫었다. 스무살이 넘어서는 그것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혹은 '상처받기 쉬운 사람' 이라고 유세를 떨 수 있다는 것도. 연애할 때도, 친구들한테도 참 많이 써먹었었다.
괜찮아진 줄 알았다. 예전보다 여유있어졌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말들도 많아졌고, 솔직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는 밀려밀려 여기 끝에 서 있는 거다. 싫다. 이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