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4. 10. 02:18
아파트 문을 나서는 순간, 후끈한 기운이 몰아친다. 차가운 시멘트와 견고한 알류미늄 샷시에 갖혀있다가 직사광선을 맞이하니 다른 세상인 거 같은 기분. 바람은 어제와도 다르게 뜨듯하다. 하루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뀐다. 꽃도 하루만에 피고, 바람의 느낌도 달라지고, 그런 걸 보면 하루는 참 긴 시간이다.

생각지 않았던, 일종의 '공강시간'이 생겨서 핸드폰을 구경하다가 덜컥 사버렸다. 당장 내야할 돈은 없지만, 할부로 조금씩 돈은 빠져나갈 것이다. 쓸데없는 사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소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나여... 어제와 오늘에 걸쳐 '결혼제국'을 읽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문구도 있다. "이 세대들에게 신자유주의의 함정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앞뒤로 여러가지 맥락이 있지만, 이 뒤에 2-30대 여성을 '한 마디로 바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만'이라는 우에노씨의 발언도 나온다. 크크. 그 뒤에 노부타씨의 대사 - "정말 인정사정도 없는 노골적인 말투네요."  동의할 수 있나 없나를 떠나서 오랜만에 킥킥거리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곱씹어볼 내용도 상당하고. 핸드폰 산 얘기가 어쩌다 여기로 왔지? 킁.
뭐 이래저래 해서 엘지텔레콤으로 이동. 번호는 그대로 쓸 수 있다(다행이도) 정든 나의 핸드폰아, 사요나라!

어제는 바다에 다녀왔다. 몇 년만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하루짜리 여행. 회를 진탕 먹고, 낮술도 진탕 마셨다. 사진 속에 퉁퉁한 내 얼굴을 보며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외쳤지만 역시 귀찮다. 요즘은 그저 힘주어 걷는 것이 목표.
(이 날 동행자인 동생냥의 포스팅에 사진이 있숨- 사진조차 올리지 않는 귀차니즈으음)

목요일마다 내 마음을 뒤틀리게 했던 알바 하나가 끝났다. 얏호! 그곳의 중저음 목소리를 지닌 멋진 까페 청년을 못 보는 거 말고는 일푼의 아쉬움도 없다. 후후. 이제 즐겁게 봄을 즐겨봐야지.

일찍 자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자기가 싫다. 자꾸만 뭐가 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들어와 몇 줄 적어보고 있다. 작년 4월에 있었던 특별한 기억들도 스물스물 나를 자극하고, <개청춘>의 새로운 구성도 머리 속에서 꼬물대는데 그런 중요한 것들을 적기보다는 쓸데없는 것을 적는 나... 위에 쓴 내용들도 뭔가 단락별로 보이지 않는 번호표가 매겨져있는 거 같다. 뭐지? ㅎ

아 몰라. 휴가의 끝을 잡고 싶은 내 마음이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난 휴가보다 더 즐겁게 일할 자신이 있는 걸!(자기 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