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밤, 부대찌개를 끓여 막걸리와 같이 먹었다. 룸메와 동생과 티비를 보며 히히덕거리면서.
한창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방에 가서 잔다던 동생녀석이 갑자기 쪼로록 달려오더니,
폭 안겨서 운다.
그 아이의 엉엉 우는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그랬나,
그 순간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동생의 친구보다는 이 애가 언제 이렇게 폭 안겨 내게 기대 울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친구를 떠나보내기에는 너무나 작고 어려보이는데, 그 녀석도 이제 스물 다섯. 어째서 그녀의 나이는 십대에서 변하지 않는 것 같을까. 그 때의 그녀의 이미지가 워낙에 강렬한 탓도 있을테고, 마냥 꼬마로만 보고 싶어하는 노인네 같은 내 마음도 있겠지.
착하디 착했다는 동생의 친구 녀석은 집에서 목을 매달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면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간혹 지나가며 들었던 그 아이의 이름이 내게도 낯설지 않았다.
올해에도 벌써 몇 사람의 죽음을 전해들었다. 사는게 팍팍해지는 것인지 살 곳이 못 되는 것인지, 어이 없는 참사도 고치기 힘들다는 병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무뎌져 가는 거 같다.
오늘 기분이 이상했다.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랬다. 그런 날은 더 떠들거나 기분 좋은 척하거나 자꾸 실없는 농담을 걸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집에 와서는 지쳐버리는 거지.
그만.
그만하고 싶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