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3. 26. 11:50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뚫고 출근. 루틴한 삶이 주는 분명한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정말이지 차를 유턴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분되지 않는 뿌연 하늘을 보며, 연료가 부족하다며 가까운 주유소를 찾겠다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확 고마 확...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며칠 앓은 뒤라 커피 대신 매실차를 타 먹고, 밀린 메일에 답을 하고, 책상위에 올려진 결재판들을 정리하고, 복사할 것, 제출할 것 분류하고 나니 오전이 다 간다. 월요일 오전은 마음은 바쁘고 일은 천천히 진행되는 그런 시간.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완벽한 적이 없어서- 작심삼일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나는 완벽주의자. 하루 안 하더라도 그냥 다음날 걸 하면되는데 한번의 실패를 전체의 실패로 자꾸 생각한다는 거지. 올해는 긍정긍정 열매를 먹고 그래그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에 수반되는 소소한 기록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한 주 빼먹고 나니 그냥 쭉 안 해버림.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든말든 꾸준히 하겠다!라는 결심과는 별개로, 이런걸 써야지 저런 걸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헛소리라도 채우는 걸로 이렇게 업무시간을 낭비 중.


그러니까 작심한달로 멈춰버린 그 기록이 뭐냐면,

그래그래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세 줄 작성하는 '칭찬일기'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결국 그 생각에 사로잡혀 변화가 어려우므로 생각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라는 것이 내가 올초 읽었던 책의 요지.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할 것을 기록하고 그걸 기억하는 게 칭찬일기다. 별 거 아니군, 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쓰려니 내가 얼마나 자기비하와 반성의 패턴에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실수한 것, 고치고 싶은 것은 정말 잘 기억하는데 칭찬할 거리는 찾기 힘들었다. 하루 세 건만 쓰면 되는 건데도! 밀린 거 다쓰고 해야지, 생각하다가 아예 수첩이 서랍에 들어가버린지 한달이 넘었다. 밀린 건 포기하고, 오늘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걸 칭찬기록으로 넣어야지. 후후. 월요일 기념.


곧 점심시간이니까 월급루팡짓은 그만두고 업무로 돌아가야지.

흐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