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104호의 일기

take #2007. 11. 21. 02:12
조용한 공간.
그는 먼저 잠이 들었고
나는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을 붙들고 아직도 책상 앞에 앉아있다.

저녁 반주로 먹었던 와인 한 잔이 아직 남았고
안주랍시고 가져다 놓은 쌀로별도 있고
내 난잡한 작업환경을 이 곳에도 펼쳐놓은 덕에 책상은 북적북적하다.
일이 잘 안 풀려서인지 사람들이 써 놓은 글을 읽고 싶은데
이상하게 오늘은 친구들의 블로그도 조용한 편이다.

오늘은 정말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젯밤도 설치는 바람에 느즈막히 일어난데다가
새로 맞춘 이불이 너무 좋아서 폭 껴안고 한참을 뒹굴거렸고
그 이불에 누워 책 한 권을 읽다가
이제 좀 일해볼까 싶을 때 그가 돌아왔고
함께 담배 한 대를 피고 게임 한 판을 하고
황보출 다큐를 한 번 같이 본 다음
뚝딱- 저녁을 만들어 먹고
그 이후로 나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중이다.

이 일이라는 것이 참 이상해서
될 듯 싶은 순간에 그 리듬을 놓쳐버리면
다시 거기까지 가기가 참 힘이 든다.
만사 다 제쳐두고 마무리 하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장소나 공간은 역시 내가 만든 핑계였구나 싶다.

요 며칠 외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영화 색,계 때문일 수도 있고 아까 다 읽은 김연수 소설 때문일수도 있고
며칠간 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던 르뽀집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것들에 대해서도 뭔가 써 보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깅을 붙잡고 투덜거린지 1년.
지금은 그저 투덜거릴 뿐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그냥 휴가라 생각하고 잠이나 자다갈까 싶다가도
내 소심한 마음이 그런 편안함을 허락할 거 같지 않아 그만둔다.

그러고보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하루구나.
히키코모리 인생...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