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와 전화
호어스트의 포스트잇2007. 11. 21. 03:30
어제였나, 그제였나
동생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했다.
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다 모르겠지 않나?
나도 뜬금없이 이야기 한다.
근데 난 정말 모르겠어. 알까 싶은 순간에도 아닌 거 같아.
그녀의 대답을 듣고 생각해봤다.
나라고 뭐 다르겠는가.
타인을 이리저리 분석해보기 좋아하는 나로선
아빠에 대한 분석을 수천번도 넘게 더 해 봤지만
그래, 사실 어떤 순간에 그는 놀라워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래,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은 참 알기 어려운 존재다.
요즈음에 아빠는 외로운 거 같다가도 아니고 주눅든 거 같다가도 아니고 젊어진 거 같다가도 늙어보인다. 나이가 들었으니 늙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역시,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의 늙음은 이상한 상실감을 가져온다.
아빠는 거의 매일 나에게 전화를 한다.
집에는 들어갔나, 밥은 먹었나
이게 주요한 통화내용이긴 하지만 내 핸드폰에는 그의 젊어보이는 사진과 함께 매일 '아부지'라는 글자가 뜬다.
오늘은 술을 얼큰하게 드시고 전화.
어디냐, 일은 잘 되나, 밥은 먹었나, 로 이어지던 통화는
금의환향하여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는 막내 삼촌 이야기로 옮아갔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배웅하러 공항에 나온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대전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할머니와 함께 공항에 나온 할아버지는 올해 아흔이 되신다.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고생하셨겠다, 추운데 올라오시느라고. 그래도 막내 보시겠다고 올라오셨네.
아빠가 말한다.
아빠보다 삼촌이 더 낫지?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도 하고.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우셨겠지?
그러셨겠지, 아빠도 얼른 할아버지 자랑스러워 하실 일 하나 만들어야겠다!
얼큰하게 취한 목소리의 아빠가 웃는다.
얌마, 아빠는 존재 자체로도 자랑스러운 거야. 흐흐
아이구 그러셔.
나도 웃는다.
아빠가 그 농을 하면서 마음 한 켠이 아프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우리는 흐흐 웃는다.
서울엔 언제 오냐.
내일이나 모레.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추운데 조심하고.
응.
전화를 끊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역시 사람이란 알 수가 없어, 중얼거리며.
관련글 기잉의 고맙긴, 미안하지 아빠
동생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했다.
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다 모르겠지 않나?
나도 뜬금없이 이야기 한다.
근데 난 정말 모르겠어. 알까 싶은 순간에도 아닌 거 같아.
그녀의 대답을 듣고 생각해봤다.
나라고 뭐 다르겠는가.
타인을 이리저리 분석해보기 좋아하는 나로선
아빠에 대한 분석을 수천번도 넘게 더 해 봤지만
그래, 사실 어떤 순간에 그는 놀라워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래,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은 참 알기 어려운 존재다.
요즈음에 아빠는 외로운 거 같다가도 아니고 주눅든 거 같다가도 아니고 젊어진 거 같다가도 늙어보인다. 나이가 들었으니 늙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역시,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의 늙음은 이상한 상실감을 가져온다.
아빠는 거의 매일 나에게 전화를 한다.
집에는 들어갔나, 밥은 먹었나
이게 주요한 통화내용이긴 하지만 내 핸드폰에는 그의 젊어보이는 사진과 함께 매일 '아부지'라는 글자가 뜬다.
오늘은 술을 얼큰하게 드시고 전화.
어디냐, 일은 잘 되나, 밥은 먹었나, 로 이어지던 통화는
금의환향하여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는 막내 삼촌 이야기로 옮아갔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배웅하러 공항에 나온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대전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할머니와 함께 공항에 나온 할아버지는 올해 아흔이 되신다.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고생하셨겠다, 추운데 올라오시느라고. 그래도 막내 보시겠다고 올라오셨네.
아빠가 말한다.
아빠보다 삼촌이 더 낫지?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도 하고.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우셨겠지?
그러셨겠지, 아빠도 얼른 할아버지 자랑스러워 하실 일 하나 만들어야겠다!
얼큰하게 취한 목소리의 아빠가 웃는다.
얌마, 아빠는 존재 자체로도 자랑스러운 거야. 흐흐
아이구 그러셔.
나도 웃는다.
아빠가 그 농을 하면서 마음 한 켠이 아프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우리는 흐흐 웃는다.
서울엔 언제 오냐.
내일이나 모레.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추운데 조심하고.
응.
전화를 끊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역시 사람이란 알 수가 없어, 중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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