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괴물

골방/영화관2006. 7. 30. 04:29

한남대교를 매일 건너 다녀야 했던 작년 내내,
그 밑에서 촬영하고 있을 그들을 상상하며 기다렸었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다리를 건너는 배두나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섹시포스를 내뿜는 박해일의 모습을 그려보거나, 머리를 막 쥐어짜내고 있을 봉준호의 모습도 떠올리면서..
뭐 그러면서.
한강을 쳐다보면서 가는 게 그들 덕분에 쪼끔더 즐거웠었다.

근데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기대치가 높아서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깔끔한 기분으로 나오긴 어려웠다.
(그래도 극장을 나와서 자꾸만 생각하니까 또 그래도 참 잘 만들었지 배우들도 얼마나 멋있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_-;;)

뭐 많은 사람들이 반미영화니 얘기하는 것 같지만
특별히 미국에 대한 분노의 포스인지는 모르겠다.
국가폭력, 혹은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무엇.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폭력을 비꼬는 건 좋았어.
그리고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개인의 무기력함이 드러나는 것도.
게다가 그 안에서 아둥바둥 뭔가 해보려고 하는 개인들조차도 희봉아저씨의 말처럼 '위에서 바이러스 있다면 있는거지'라고 생각한다는 거, 국가폭력이라는 건 이래서 무서운거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지.
나는 영화를 보면서 대추리를 떠올렸는데,
그건 정말 실체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매우 허술하고 이유없는,
그런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 때문인가봐.

이후에 이야기들은 리플과 함께.;

예전에는 비를 생각하면,
좋다, 나쁘다,
혹은 술을 마셔야겠다, 음악을 들어야겠다,
혹은 분위기 있다, 울적하다
등의 감정이 떠올랐다.

이제는 비가 오면
무.섭.다.

목요일엔 비 무섭게 내리쳐서 30분에 한 번씩 수채구멍을 확인하며 있어야 했다.
산에서는 조그마한 돌멩이나 흙, 나뭇잎도 내려오지만
지렁이 역시 함께 내려온다.

지렁이를 그냥 보는 거라면 나도 그 아이에게 특별히 미운 감정을 갖고 있지 않지만
물이 수월하게 빠지게 하기 위해 그 아이들을 자꾸만 치워내야 한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그 아이들을 미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흑
특히 그 촉감. 으흑흑
처음 몇 마리의 지렁이는 우리의 화단으로 갔으나
이제 너무 많이 내려와서 어쩌질 못하겠다.

게다가 무슨 무덤 떠내려가는 청개구리도 아니고 비만 오면 물가를 지키고 서있어야 하니...
비 오는 게 지겹고 무섭다.

드디어

월화수목금토일2006. 7. 27. 12:02
열렸다.

흠냐.

쓰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손이 멈추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