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무언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막 견딜 수 없어진다. 그렇게 해서 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산 것도 금세 흥미를 잃고 마는 것이, 그야말로 그냥 욕심인 셈이다. 요즘 욕심 1,2위를 다투는 것은 아이폰과 디지털 카메라인 gf-1. 이틀에 한 번은 검색을 하고 있다. 집에 있는 카메라를 팔까 하고 알아보니, 아직 25-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오. 룸메는 박스 풀셋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중고로 팔기에 좋다 ㅎㅎ
오늘도 돈 들어온 일이 있어서 당장 쇼핑몰 구경. 그래봤자 사지는 못한다. 예전에는 좋아하고 사고 싶은 것들이 비싸봐야 십만원 안짝의 것들이어서 에라 모르겠다 지를 수도 있었는데 요즘 욕심내는 것들은 백만원을 넘기는 것도 있으니 충동구매도 쉽지 않다.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겠다는 걱정도 한몫하고. 오늘 청소하다가 독립영화 계간지에 독립영화인들의 경제관념과 결혼 등등 이야기가 실린 걸 읽었는데.... 적게 버는 것과 물욕의 딜레마는 꽤 오래 지속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ㅎ
어쨌든 이번달 통장은 풍요롭다. 작년에 부은 적금이 들어오고, 룸메는 계절학기로 선방을 날려 방학비수기를 넘겼고, <개청춘>의 상영비도 들어와서 마이너스 통장을 0으로 만드는데 성공;; 역시나 이런 시점의 소비는 무리겠지? ㅎ

# 책 정리
집에 있는 책들을 '검색' 가능하게 정리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소망이었다. 10년 전 처음으로 내 소유의 컴퓨터가 생겼을 때부터(대학 입학 선물이었던 거 같은데 아직도 있다;;;) 한글 파일에 책 제목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할 때는 거기에 게시판 형태로 써 보기도 하고, 알라딘 서재, yes24서재 등도 써 보았다. 한 번도 성공한 일은 없다. 몇 개 적다가 지치거나, 제목을 적으려다가 그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부, 모와 나, 동생이 서로 각각 따로 살며 책을 사대기도 하고;; 여하튼 그래서 그것은 늘 로망이기만 했는데, 얼마전  http://userstorybook.net/ 요 사이트를 알게 되면서 다시 정리의 꿈을 키우고 있다. 난 오늘도 해야 할 다른 일들을 제치고 자꾸만 책을 등록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서재는 http://mory.userstorybook.net/ 요기. 친구들이랑 같이 책읽기 모임 같은 거 하기에도 좋은 사이트 일 듯 하다. 물론 할 일은 하고 나서 하는 것이 옳겠다만...

# 2009 정리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싶어지는데, 큰 문제는 당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것이다. 몇 개의 굵직한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몰아치던 탓에 2009년의 전반기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통 모르겠다. 아마 편집 작업을 하느라 쩔어있었겠지? 그래서 기억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인가! ㅠ 따뜻한 봄과 시원한 여름의 기억은 어디 간거얏!
반이다의 송년회에서 한 해를 정리해보기로 했는데 뭔가 막막한 느낌이다. 요즘 들어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주아주 절실히 느끼고 있다. ㅠ

# 집 정리..
어째서 이 집은 잠시만 몸을 눕히면 이렇게 더러워지는 것일까?
매일 빨래를 돌리고, 이틀에 한 번은 청소기를 돌리는데도 지저분하다. 흑. 아무래도 기본 셋팅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인 듯. 내 물건이 아닌 것들도 많고 집도 커다래서 만날 맘 잡고 치워야지 하면서도 미루게 된다. 올해 안에 어렵겠지? 왠지 올해 털고 가버려야 할 거 같은데... 그래도 1년 넘게 이사 안 하고 있으니 기특 ㅎ

# 뭘 또 정리해야 할 거 같은데, ㅠ
일단 책상 정리를 하고, 테잎 정리를 하고, 가계부도 정리하고, 여기저기 널부러진 문서들도 정리하고,
할 게 너무 많다.
올해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사이버세상의 발전은 정말놀랍다 핸드폰으로 웹서핑을 할수도있고 비오는 퇴근길에 나를 유혹하는 고기냄새여

감기에 걸린 나는 바보가 아니다.
골골거리는 나를 보고 룸메는,
'엄마를 보니 보살핌을 받고 싶은 무의식이 발동하여 감기에 걸리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기적절하지 않은 감기다. 쉰다해도 맘이 편할리 없는, 보살핌을 받더라도 마구 응석부릴 수는 없는, 하필이면 그런 날에!
자다 일어나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엔 중학생들이 많았다. 다들 똑같은 단발머리를 하고, 비슷한 운동화를 신고,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문제집을 푸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오래된 녹취파일들을 천천히 다시 읽었다. 어떤 것들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너무 많이 봐서 토할 거 같았다. 이제 겨우 정리했다 싶었는데 다시 원점인 이 기분.
내일부터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미디어교육을 시작한다. 오랜만이라 나도 설레서 책도 좀 더 읽고 준비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하루 전 준비다. 콧물을 훌쩍거리며 PPT를 만드는데, 오피스 프로그램이 말썽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들어와 이리 끄적이는 중. 벌써 한 시도 넘었고, 나는 자야할 뿐이고, 할 일은 아직 산더미일 뿐이고..
우울한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내가 얼마전 읽고 혼자 배터지게 웃었던 만화를 하나 옮겨와 본다. ㅎㅎ

난 지금도 일기 쓴다;;;
술 몇 잔 먹었는지 기록용으로;;


요며칠 많이 걸었다. 날씨는 갑자기 더워졌고, 주말엔 여기저기 꽃구경인파가 몰렸고, 여성영화제에는 사람이 그득거렸다.
약간 화가 났던 영화 한 편을 보고, 신촌에서 아현까지 걸었다. 지하철역으로는 고작 두 정거장. 밤 기운은 낮의 후덥지근함보다는 나았다. 정작 하려던 얘기는 걷는 동안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걷는 게 좋았다.
다음날은 사람들로 가득찬 남산길을 혼자 걸었다. 내가 버스보다 빨리 걸을 수 있었기 때문에. 좁은 인도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걷다가 새 전화기로 사진을 찍었다. 해 질무렵의 남산은 참 좋았다. 몹시도 더웠던 집이었지만, 해 질 때만큼은 너무나 예뻤다. 교회 십자가 너머로 보이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게, 우리들의 함께 살기의 낭만적인 시작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시작의 설렘은 이제 생활의 익숙함이 되었지만, 아마 아주 오랜 후에도 남산 자락에 있던 그 집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곱등이와 거미와 모기와 쥐며느리의 천국이었지만, 우리에게 특별했던 곳.

걸으면서 천천히 많은 것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이런 저런 생각들도 많이 하게되고, 각종 아이디어들도 피어오르고, 가끔은 블로그에 포스팅할 거리도 생각하지만, 대체로 집에 돌아오면 퍼진다. 집과 일터가 걸어갈 수 없는 거리라는 것이 새삼 슬프다. 지하철과 버스에 실려 집까지 밀려오면 너무 지쳐버린단 말이지. 배만 고프고...
남산을 걸어내려가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여성영화제에 갔다.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를 봤는데, 참 좋았다. 같이 본 나비도 계속 울었다고 했는데, 나도 계속 울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굉장히 위로 받은 느낌이 든 나머지 진보신당에 입당을 할까를 고민하기까지 했다. ㅎㅎ 영화에 대한 얘기는 좀더 기운이 나면 다시.

봄이니 좀 더 신나게 걸어보자.

+>

루씨에서는 요 이쁜이도 만났으니 후후. 여전히 말썽쟁이라 하루 한 번은 혼나지만, 그래도 내 생애 다시 없는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이 아이에게 내 다리가 편안한 공간이라는 것에도 이제 조금씩 익숙해 진다. 아침마다 깨우는 통에 정신 없긴 하지만.
위 사진은 잠들기 직전 룸메의 다리사이에 자리를 잡고 이쁨을 뽐내고 있는 수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