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서독제 메모

골방/영화관2007. 11. 26. 03:43
un/ going home
- 아쉬움. 매체가 가져다 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감독이 조금만 더 인지하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함. 주인공인 혜진은 멋지고 예쁜 사람인데. 이야기가 잘 엮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녀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볼 수 없게하는 화면의 느낌이 싫다. 촬영을 왜 잘해야 하는지는, 다큐멘터리라는 이 매체가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결국 매체를 택한 이유가 없는 거니까. 카메라를 불편하게 여기는 등장인물들이 눈에 툭툭 거슬릴때마다 싫었다.
다큐멘터리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를 향한 질문임을 알고 있다.
혜진을 만나보고 싶었고 에리카의 영화를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내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녹취를 다시하고 구성안을 다시 써 봐야겠다.

자살변주
-매체에 대한 고민이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것이므로, 아마도 그래서 좋았을 영화. 영화라는 매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생각. 환상, 죄책감, 자살 직전의 느낌 같은 것을 머리의 느낌 언어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4개중 베스트라 말하고 싶음.

이웃
-잔잔하고 뻔한 느낌. . 머리에 붙은 실밥, 약과 먹는 사이다, 그런 것들 때문일까. 아니면 용서라는 화두? 그냥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어, 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전반적인 내용이 익숙해서인지... 아마 밀양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엔딩 크레딧이 너무나 느려서 신기했고, 엔딩크레딧 내내 달리던 고속도로에 죽어있던 고양이가  인상적. 초반에 핸드헬드로 준 '시선'의 느낌은 너무 인위적이어서 낯설었다.

김판수 당선, 그 후

-포커스가 계속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왜일까-_- 이웃과 마찬가지로 내러티브, 캐릭터가 중심인데 그러기엔 인물이 좀 전형적이라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하기 위한 인물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웃기고 재미있었지만 교조적인 느낌이랄까. 자막 등의 감각이 매우 '고딕'해서 젊은 사람 같지 않았는데 감독이 너무 해맑은 얼굴의 젊은 남자라서 신기했다. ㅎㅎ

우주여행으로 알아보는 성격테스트는 여기서 해 볼 수 있음

밤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이상한 걸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음하하

근데 내 성격은-_-
모범인간처럼 나왔다. 나 정말 이런 훈늉한 인간인거야? ㅋㅋ
절 아는 누군가... 어떠신가요?

반이다

take #2007. 11. 24. 02:52
비가 왔다.
오늘 반이다 친구들과 촬영을 하기로 했었는데
비오는 겸, 그냥 회의하고 술 한잔 하기로 했다.
노곤해진 마음에 늦잠을 잤고
느즈막히 나와 수다판인 회의를 하고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이 쾅쾅치는 저녁에 친구들과 우리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수다를 한참이나 떨었다.
술 먹겠다고 한 상 가득 안주를 차려놓고
윤도현 러브레터에 나온 이선균을 침 흘리며 보다가
영화 한 편 보며 술 먹자 했는데
요 년들, 영화 틀자마자 드르렁 코를 골며 잠을 잔다.

우리들 삶이 참 피곤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왜 먹고 사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 생각할까.
피곤한 이 삶을 헤쳐나가느라 우리들은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한다.
일이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은 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나를 포함한) 그녀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큐멘터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서울에 방 한 칸에 월세를 내기에도 충분히 바쁘다.
피곤하고 불안한 20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우리도 결국 피곤하고 불안한 20대인 것이다.

가끔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어제 읽은 야마다 에이미의 단편집 중에는 운명이란 결국 내가 바꿀 수 없으니 인생에 초연한 꼬마 아가씨가 나왔다.
바다에 빠질 운명인 사람이라면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나도 내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빙빙 돌아가면서도 어차피 내가 생각했던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다큐멘터리는 참 어렵다.
등장하는 누군가의 삶을 드러내는 것도
그 이야기를 하는 내가 드러나는 것도
참 어렵고 쪽팔리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도 웃으며 여러가지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마 다들 마음 속에는 그런 두려움들도 있을 것이다.

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피곤함도 두려움도 편견도, 다.
그녀들을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물론 불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ㅋ)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세상을 꿈꾸며,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동갑내기들을 만나기란 쉬운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옆 책상에 앉아 상사에 대한 욕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카메라를 들고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음이 좋다.
비록 나의 페이버릿 무비인 추억은 방울방울을 보다 잠들어버리는 두 녀인이지만
어쨌든 매력녀들임을 부정하진 않겠다. 후후.

앞으로 우리의 반이다는 어찌 될 것인가!
기대 반, 호기심 반, 두려움 조금.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가야지.

그나저나 얘들아- 난 안 졸리다굿.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