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수다판 +318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3. 29. 17:33

지난주 목요일에 갑작스레 아픈 이후 일주일 넘게 금주 중이다. (마지막 음주 지난주 화요일)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반주를 홀짝홀짝하는 게 큰 즐거움인데, 그걸 못하는 게 아쉽다.

원래 블로그를 다시 써야지 결심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카테고리가 "오늘의 술상"인데!

한의사님은 최소 2주 금주를 권하셨다. 술을 못 먹는 거 자체가 괴로운 것은 아니다. 거기에 딸려오는 맛있는 음식과 불콰한 수다, 한 톤 높은 웃음소리 같은 게 그리운거지. 


어젠 정말 오랫만에 영화관에 갔다. 어둡고 막혀있는 곳에 가는게 꺼려졌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덩케르크'니까 거의 9개월만에 간 듯.

영화관에 들어가서부터 심장이 두근거려서 정 안되면 나가자고 결심했다. 좋아하는 감독님의 오랜만의 신작이라 꼭 보고 싶었는데,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감독님께도 양해를 구하고, 버틸때까지 버텨보자 생각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고 나간 마스크가 큰 도움이 됐다. 심호흡. 불안감 잊기. 상담받으며 들었던 몇 가지 법칙들을 기억했다. 들고 간 가방의 손잡이를 꼬옥 쥐고 손을 주물러 온도를 높이기도 했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 견뎌서 스스로를 양껏 기특해해주기로. 영화가 짧았던 것도 고마웠다. 흐흐.


몸의 변화를 어떻게 기록해두어야할까? 

오늘은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을 읽었는데

나는 아주 민감한 편은 아니고 약간 민감한 편에 속하는 사람인 거 같다. 그 중에서도 외향성이라는 가면 장착이 잘된.

나를 위해 읽은 책인데 나보다는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조만간 정리해봐야겠다.


오늘따라 반차/연차 낸 직원들이 많아서 사무실이 한산하다.

마음껏 딴짓을 해도 거리낄 것이 없음.

어디선가 이 블로그를 사찰하지 않는한... 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훗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8. 3. 26. 11:50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뚫고 출근. 루틴한 삶이 주는 분명한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정말이지 차를 유턴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분되지 않는 뿌연 하늘을 보며, 연료가 부족하다며 가까운 주유소를 찾겠다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확 고마 확...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며칠 앓은 뒤라 커피 대신 매실차를 타 먹고, 밀린 메일에 답을 하고, 책상위에 올려진 결재판들을 정리하고, 복사할 것, 제출할 것 분류하고 나니 오전이 다 간다. 월요일 오전은 마음은 바쁘고 일은 천천히 진행되는 그런 시간.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완벽한 적이 없어서- 작심삼일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나는 완벽주의자. 하루 안 하더라도 그냥 다음날 걸 하면되는데 한번의 실패를 전체의 실패로 자꾸 생각한다는 거지. 올해는 긍정긍정 열매를 먹고 그래그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에 수반되는 소소한 기록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한 주 빼먹고 나니 그냥 쭉 안 해버림.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든말든 꾸준히 하겠다!라는 결심과는 별개로, 이런걸 써야지 저런 걸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헛소리라도 채우는 걸로 이렇게 업무시간을 낭비 중.


그러니까 작심한달로 멈춰버린 그 기록이 뭐냐면,

그래그래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세 줄 작성하는 '칭찬일기'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결국 그 생각에 사로잡혀 변화가 어려우므로 생각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라는 것이 내가 올초 읽었던 책의 요지.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할 것을 기록하고 그걸 기억하는 게 칭찬일기다. 별 거 아니군, 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쓰려니 내가 얼마나 자기비하와 반성의 패턴에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실수한 것, 고치고 싶은 것은 정말 잘 기억하는데 칭찬할 거리는 찾기 힘들었다. 하루 세 건만 쓰면 되는 건데도! 밀린 거 다쓰고 해야지, 생각하다가 아예 수첩이 서랍에 들어가버린지 한달이 넘었다. 밀린 건 포기하고, 오늘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걸 칭찬기록으로 넣어야지. 후후. 월요일 기념.


곧 점심시간이니까 월급루팡짓은 그만두고 업무로 돌아가야지.

흐업!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7. 6. 11. 15:26

오랜만에 블로그.

블로그는 네이버가 대세가 아닌가 하고 네이버 블로그를 뒤적거려보았으나

그래도 익숙한 티스토리가 편하게 느껴진다.

휴면계정을 해제하고 4-5년 전 기록들을 슬쩍 보니 낯설고 익숙하다. 응?


한 달 전부터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몇 개의, 우연인듯 필연인 사건들이 있었고 

그래서 약간 충동적으로 시작했는데 나름 도움이 된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으려 노력 중이고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삐뚤어진 나의 마음은

상담 선생님이 '00님은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여기 보세요, 이런 것도 저런 것도...블라블라'

라고 말씀하시는데

'선생님의 그런 말들도 메뉴얼대로 내담자를 위로하는 말로 들려요'라고 말한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상위인지능력이 있지만 그걸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단순한 건 단순하게,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받아들이고 생각을 처리해야 하는데, 단순한 것조차 복잡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로 향해 간다고..

나는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를 관찰하고 있는 전문가에 의해 그런 얘기를 들으니 좀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선생님은 내가 성장욕구가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나아지고 싶기 때문에 우울하기도 하지만, 또 그래서 점점 좋아질 거라고.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일단 "리츄얼"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단순한 사고로의 전환을 위해 삶부터 단순하게! 규칙을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집중하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3-4월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집밥을 해 먹는 루틴함이 만들어졌는데

먹고 치우고 냉장고의 재료들을 파악하는 행위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데 힘을 주었던 거 같다. 

거기다 냉장고에서 썩어나가는 재료가 없어졌다는 것도 큰 기쁨.

 

존그리샴이 공개한 글쓰기 비법에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을 예외없이 쓰는 것'이 있었다. 

몸이 무언가에 익숙해지는데는 최소 백일은 걸린다. (1년 2년이 걸릴 때도 있다.)

아이를 키우고 운동을 시작하며 더더욱 절실히 깨닫는 것들.

어느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일필휘지로 글을 술술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규칙과 약속, 그리고 내 스스로 잘 한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걸 깨닫는데 참 오래 걸렸지만)

나를 위해 규칙을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에 놓으려고 한다.

타인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타인을 위한 일부터 하게 했고, 실제로 그 일들 덕분에 뿌듯했고 행복했다.

이제 나도 그렇게 예뻐해줘야지. 


블로그에 글쓰기도 노력의 일환으로!


월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13. 1. 29. 01:02

월요일은 늘 마음이 바쁘다. 달리 휴일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규일시계약직인 나이지만, 주말엔 꼼짝없이 아이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요일이면 뭔가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논문을 끝내서 이박이 된 이박과 미뤄두었던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로 했다. 그것도 오전 10시 반껄루. 다행히 어린이집도 늦지 않고, 영화 시작에도 늦지 않았다. 아이맥스관에서 봤는데 호랑이가 막 잡힐 듯이 보여서 촌년맹키로 막 손을 휘저어보았다. 시각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철학이 영상에 담겨있어서 기뻤다.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영화관에서 나와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길에서 한 시간 가량을 허비하고, 겨우 작업실에 가 앉으니 인터넷이 안 돼서 또 몇십분을 허비하고, 아빠에게 넘겨준 캠코더가 윈도우컴에서 인식이 안 돼서 또 그걸로.. 뭔가 비효율적인 하루였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엔 늦어서 아랫집 언니에게 강이 퇴원을 부탁하고, 덕분에 모여서 저녁먹으며 놀았다. 언니는 시바스리갈을 가져왔다. 후후.

밤늦어서야 다시 책상에 앉는다. 아니, 벌써 화요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이 좋다. 그래서 트위터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블로그도 돌아다녔다. 지금은 트위터를 그만둔지 4개월쯤 되었고, 페이스북은 물리적 거리가 먼 이들과 가끔 안부를 묻는 도구가 되었고, 블로그는 비었다.텀블러에 일기를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도 한 달에 두어번을 채우지 못했다. 다른 이들의 블로그도 바빠보이진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과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이 좋을수록 더 쓰기 어려워진 거 같기도 하다. 여하튼 긴 글은 쓰기 어렵다.

굳이 1월에, 너무 새해 결심 티 나게 여기에 뭘 쓴다는 건 작심삼일을 예고하는 거나 다름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록해둬야겠다. 기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