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아- 생리통을 핑계로 이틀이나 뒹굴거리다니. 좋고도 부끄럽다. 예전에 비해 생리통은 비할 수 없이 좋아졌다. 하루 한 두시간 정도의 '견딜만한' 통증을 견뎌내기만 하면, 이틀이면 땡이다. 이럴 수 있다니, 참 좋구나. 재작년까지도 죽다 살아났는데, 고쳐진 원인이 정말 한의원 때문인지, 아니면 천생리대 때문인지, 요가 때문인지, 혹은 금주? 금연? 아.... 그러고보니 나는 참으로 올바르게도 살아왔구나..후훗

심지어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나는 어떤 남자랑 살고 있고, 지금의 룸메와 바람을 피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배에서..;; 여하튼 그래서 어떤 갑판 근처 방에서 열렬히 러브러브를 나눌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격정적으로 애무를 하던 룸메께서 내 팬티를 들춰보더니, '어, 너 생리하네' 이러고 상황을 접는게 아닌가! 꿈 속에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나여... 너무 올바른 것이다. 쩝.

여하튼 일요일맞이 대청소를 하고, 라면을 끓여먹고, 요가를 가뿐하게 30분 한 다음,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였다.
그래봤자 대학로에 나가 책방에 쳐박혀 있는 것이었지만.
오랜만에 애인님과 데이트라고 졸라 차려입고 나갔는데, 밖은 추웠고, 책방에서 나온 다음에는 순대국을 먹으러 갔으므로 단 한 번도 겉옷을 벗을 기회가 없었다. ㅠ 이건 뭐... 몸만 괴로웠을 뿐이고.. 번들거리는 비로공단의 미니원피스였는데, 다시 입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동안 밥도 안 사먹고 책도 안 사고 영화도 집에서만 보고, 뭐 그런 나름 아껴야 잘 살지 모드로 살고 있었는데-
(물론 헛점이 많아 작은 돈을 아껴 큰 구멍을 내곤하지만 ㅎㅎ)
오늘 간만에 외출에 들떠 이것저것 마구잽이로 사버렸다.
떡볶이도 사 먹고, 책방에선 책을 오만원어치나 사고, 순대국도 특으로다가... (순대국은 참 맛있는 음식인데, 깅상이 좋아하지 않아 자주 먹을 수가 없다 흥 ㅎㅎ) 대학로 신의주 찹쌀 순대 좋아했었는데 오늘 가보니 양이 현격하게 줄어든듯하여 좀 실망. 역시 순대국은 시장 골목이 짱인 것이다. 아- 또 먹고 싶다 ㅠ
오늘 산 책은- 아무리 대출 기한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던, 그래서 결국 사 버린 '결혼제국'
그리고 만날 사야지, 하고 잊었던 '라피끄 - 팔레스타인과 나'
그리고 당고 블로그에서 보았던 '파리는 여자였다'
룸메가 산 책 두 권은 제목조차 재미없는 것이므로 패쓰-
대학로 이음아트는 노닥거리며 책 구경하기에 참 좋은 곳!
책방이나 도서관에 가면 어김없이 똥이 마려워 집중하기 어렵긴 했지만 ㅎㅎㅎ

오늘 쓴만큼 또 한 주를 열심히 살아야겠고나.
부자가 되자! 움화-

자신의 몸인데도, 어떨 때는 참 진짜 내가 모르고 있다 싶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 그런 걸 잘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건강 염려증이 있는 나는 작은 신호에도 크게 반응하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오히려 병을 만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작년에 아빠가 내몸 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추천해줬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다. 대체 내 몸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가..

이번달부터는 생리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해 놓기로 했다.
이상한 날짜에 시작되었고, 생리통은 어제와 오늘 1-2시간 정도, 묵직한 느낌으로 견딜만한 고통을 동반했음. 저녁을 먹고 나서 잠깐의 메스꺼움이 있었는데 이유를 모르겠고, 알 수 없는 살 덩어리 같은 것이 출몰했음. 몸이 계속 차다는 것도 특징. 초콜릿을 빛의 속도로 먹긴 했지만 다른 때만큼 과식하지는 않음.

목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3. 6. 03:04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변덕이 죽 끓듯하고 감정 기복도 심한 나지만, 큰 고민안하고 큰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 나이기에. 그나마 나는 그 힘으로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대책없이 지르고 수습하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동안 어떤 일은 익숙해지고 어떤 일들은 사라졌다. 그 어떤 순간에도 어린 나이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 시기들을 다시 겪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얻은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어렵게 얻은 것들에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요즘은 그 어떤 것에도 표독스러워지는 내가 무섭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윤여정은 쿨하고 멋지고, 그런 사람과 친구하고 싶지만, 그렇게 늙고 싶지는 않다. 여유있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역시, 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