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 타이밍이라는 것이 중요하긴 중요한 거다. 때를 놓치면 할 수 있던 말도 할 수 없는 말이 되고, 할 수 있던 일도 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하니까. 요즘은 타이밍을 잘 못 맞춘달까, 놓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저것 일들은 몰려들고 나도 뭔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모든 게 멈춰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잘 안 나간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주정도 전부터 폭식이 심해지고, 낮술을 안 마신 날이 없고, 담배도 다시 피우고 있다. 이 모든 걸 타이밍 탓으로 돌릴 수야 있겠냐만, 어디서부턴가 계속 놓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못 쫓아가고 있는 거지.


일요일

월화수목금토일2009. 3. 16. 01:18
울적한 일기를 적다 멈추었다. 누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과 누군가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내일은 다시 월요일이고
주말의 찌질함은 멈출 때가 된 것.

그래도 오늘 새 일기장과 연필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비틀거렸다. 낭떠러지에 간신히 서 있는 기분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었다. 그것을 숨기는 능력이 살면서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누가 민다고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다. 비틀거리고 있으니까 누가 민 게 아닐까 원망해보는 것 뿐. 몇 가지의 일들이, 사실은 작은 일들이었는데, 그래도 화살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는 것, 뿐.
어릴 때는 그런 내가 참 싫었다. 스무살이 넘어서는 그것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혹은 '상처받기 쉬운 사람' 이라고 유세를 떨 수 있다는 것도. 연애할 때도, 친구들한테도 참 많이 써먹었었다.
괜찮아진 줄 알았다. 예전보다 여유있어졌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말들도 많아졌고, 솔직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는 밀려밀려 여기 끝에 서 있는 거다. 싫다. 이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