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물건을 아껴쓰는 외삼촌은
3년전, 사진을 좋아한답시고 깔짝대던 나에게
20년 묵은, 그러나 새 것 같은 롤라이 35를 주었었다.

나라는 인간이 늘 그렇듯이
그 때 깔짝 찍다가 농에 처박아 두었던 녀석을 얼마전 꺼내보았다.
철컥, 하는 셔터소리가 좋다.
그 때마다 또또는 깜짝, 하고.


20071216

월화수목금토일2007. 12. 17. 01:10
#뭐가 됐든
하고 나면 즐거울 일을 하고 싶다.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는 것이든, 뚱따당 기타 연주든, 소리를 지르거나 마구 뛰어다니거나
뭐든지 좋으니 골똘하게 고민하는 거 말고
하고나면 슬며시 웃음이 피는 그런 거.

#상처라는 게
나처럼 소심한 인간에게는 쉽게 아물지 않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요즘 가만히 생각- 이런 걸 생각이라 부를 수 있다면-하는 시간이 늘었는데
그 시간에 대부분 나는 상처받았던,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어제는 한참을 울었다.
어떤 기억들은 나를 지배하고 그것이 전부인양 굴 때가 있다.
극복? 이런 단어보다는 여하튼 잊혀지면서 살고 싶다.
지하철에서 책을 먹어치우듯 읽고
음식은 맛도 느낄 새 없이 없애고
이야기하는 내내 딴 생각을 하는 나의 요즘은 좀 슬프다.

-
그만.

1번
정말 오랜만에-요즘 일기는 왜 만날 오랜만 타령이냐!-대학교에 갔다.
대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이상한 느낌 같은게 있으면서도
더 이상하게 도시화되어 주는 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 소리냐-_-;;)
그래도 대학교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굳이 깅을 일찍 만나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학생식당이 카페테리아 형식이라서 조금 실망했지만- 반찬마다 돈 받는 거 싫어...ㅠ.ㅠ
그래도 둘이 배부르게 먹을만큼 이것저것 고르고 먹었는데 겨우 4100원이다.
거기다 2층에 커피는, 아메리카노 900원 카페라떼 1500원이다.
역시 대학이 좋고나-를 외치며 우리가 간 곳은
인권운동사랑방의 찾아가는 상영회인 '반딧불'의 상영장.
오늘은 고대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함께 '주문-우리는 더 강해질거야' 와 '우리는 룸메이드였다'를 보는 날이다.
롯데 호텔의 룸메이드 노동자들의 문제가 현재 고대분회 분들의 문제와도 많이 비슷해서인지
보시는 조합원 분들도 끄덕끄덕.
상영장의 음향이나 객석 위치가 안 좋아서 좀 속상했지만
그래도 영상 속 허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했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영상을 만든 우리들보다 출연자인 금옥쌤이 너무나 멋지게 말을 잘 해주셔서(당연히도!!)
함께 보셨던 조합원 중 한 분은 금옥쌤에게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고백을 날리시기도 했다.
그렇게 오밀조밀 모인 사람들과 함께 영상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사람을 만나 영상까지 만들 수 있었음도 감사했다.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까 전체적인 호흡이나 이런게 좀 불안한 부분이 보여 아쉽기도 했는데
이후에 더 촬영하고 해서 롯데 호텔 문제를 잘 알릴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생겼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해...이것은 정말 have to 다. 우리에게...

2번
<은하해방전선>을 보았다.
어딘가 최진성의 영화와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였으나
자의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이 영화가 좋다.
리드미컬한 비꼼이 좋다.

무엇보다 너를 그립게, 너를 보고 싶어하게 내 맘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으므로
멜로 영화로 합격이다. ㅎ

그러나 언론의 지나친 찬사는 좀 아닌 거 같다. 그렇게 놀라울 정도로 '새롭'다거나 '톡톡 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마  그들은 '아니, 저렇게 영화를 만들다니, 조낸 부럽다' 같은 생각을 가진 어른들이라 그런 가보다.
나는 아직 풋풋한 청춘 +_+

나는 발명킹왕짱이 될 거다.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