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20080107

월화수목금토일2008. 1. 8. 01:34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비슷비슷한 가격에 집들을 보러다니면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비슷비슷한 모양의 골목과 집들을 만나게 된다.
이사하는 모습을 찍어서 다큐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피곤함과 뻘쭘함을 핑계로 사라졌다.

해야할 일들이 많은데 잠은 안 오고 일도 안 된다.

롯데 언니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기획서에 넣을지 고민된다.
지금 큰 틀에서는 일단 롯데 언니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금옥쌤의 연대장면을 다 촬영하고 서강대 분회 등 여성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계획이 있다.
그 안에서는 여성노동에 대한 평가절하-가사노동과 흡사한 형태의 노동일수록-와 함께 그것들을 이겨내는 그녀들의 모습이 함께 담길 것이다.
관객들이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모습을 보면 좋겠다. 엄마나 딸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

출근 사무실의 하루
롯데 집회에서의 모습
예쁜 옷을 입는 금옥쌤에 대한 반응

위원장 허지부.
실패의 경험. 현재의 고민들.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맞닿을 수 있게.

2007년의 책들

골방/서재2008. 1. 7. 01:50
2007년 읽은 책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인터풀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걸즈 (오쿠다 히데오)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프랑켄슈타인(메리 W. 셜리)
깊이와 넓이 4막 16장(김용석)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전경린)
지식e 1권(ebs 지식 e팀)
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테즈코)
채식주의자(한강)
스물일곱송이 붉은 연꽃(이경혜)
다큐멘터리 입문(빌 니콜스)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김연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노희경)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나의 소소한 일상 (다자이 오사무)
달려라 메로스(다자이 오사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이야기
눈먼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
나는 고양이라고!(사노 요코)
포우 단편집 중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2007 좋은 소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미애의 오토바이 여행기(최미애)
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실비 플로리앙 푸유)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슐레이터)
파이 이야기(얀 마텔)
부서진 미래(르포 문학 팀)
라일락 피면(공선옥 외)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는(이경혜 외)
침대와 책(정혜윤)
얼쓰퀵이 온다(앙겔 외 11인)
책상은 책상이다

읽다만

천개의 공감(김형경)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무라까미 하루끼)
검은책(오르한 파묵)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타인의 고통(수잔 손택)

2008년의 시작을 외딴 섬 전기장판에서 보냈다.
배가 들어오지 못하는, 파도가 철썩이는 섬에서 한밤중에 산에 올라 별을 보았다.
우리 난시지구인들은 반짝이는 별을 뭉뚱그려 볼 수 밖에 없음을 한탄했고
세상에 많은 것들은 빛을 내고 있다는 진리를 확인했으며
우리는 외딴 섬에 있지만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적하고 조용하던 섬에서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은
내린 버스터미널에서부터 매캐한 연기와 북적이는 인파로 우리 얼굴을 찌푸리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돌아온 이곳이 익숙하기도 했다.
다시, 수많은 타인들에게로 돌아온 2008년 1월 1일.

오늘은 짜증이 났었다.
짜증의 대부분은 내 몸 때문이었지만
예민해진 몸은 작은 자극들에도 심하게 반응했고
불편할 걸 알면서도 나는 내 짜증들을 담아두지 못하고 밖으로 뱉어냈다.
애인, 친구, 가족 모두에게 짜증을 한 웅큼씩 묻히고서야 더 심한 두통이 돌아옴을 알았다.

여행 중에 한 친구가 그런 이야길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diffrent)와 틀리다(wrong)를 잘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 틀리다로 쓰는데 거기도 이유가 있대.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것을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틀리다'라는 말을 쓰게 된다는 거야. 그 말을 들으니까 그게 이해가 되더라."

타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결국 오늘의 내 짜증은 나와 다른 그들을 틀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들이었다.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멍청한 오만함.

2008년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덜 멍청한 사람이 되자고
새삼 다짐해본다.

오늘 아침부터 내 짜증을 받느라 수고한 어머니와 지각한 주제에 회의 시간에 잘난척 하며 떠들어댔던 꼴사나운 나를 봐야했던 반이다 친구들과 전화기로 내 독설을 고대로 들어야 했던 애인님께도 공개적 사과의 말씀을 전하면서...
새해에는 사과와 반성을 열심히!
부디 두통 치통 생리통 및 요통과도 안녕하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