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 소녀 시절

괜히 블로그 스킨을 뒤적뒤적해서 이것저것 바꿔봤다. 덩야르님처럼 댓글폼에 이미지를 넣고 싶었는데 티스토리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색만 변경. 디비디를 만들면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메신저도 하고, 블로그도 뒤적거려보고 싸이도 방문해본다. 사실 조금 배가 고픈데 북적거리며 밥 먹자고 보채는 다른 반이다 애들이 없으니 혼자 먹기도 좀 심심하게 느껴진다.

쫌 아까 기잉의 블로그에 가서 기잉이 정신분석을 의뢰한 글을 보았는데
내가 설에 느꼈던 기분이랑 비슷해서 기분이 약간 이상해졌다.
나는 역시 아직은 숨기고 사는 것에 능한 인간인 듯.
이번 설에는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했는데 많은 생각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몸이 욱신거렸는지도 모른다. 요즘 엄마와 동생양이 열광하는 책들에는 대체로 나쁜 생각은 몸을 갉아먹는다고 나와있다.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누가 나를 믿겠냐는 이야기에 늘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를 가장 불안해 하는 건 역시 나다.

에이-
배고프다
밥먹으며 쓸데없는 고민을 날려버리자~

나이

월화수목금토일2008. 2. 13. 01:24
몇 개의 쓰다만 글들을 채우려다 실패했다. 요즘은 어쩐지 아무렇게나 지껄임이 잘 안 된다. 일기도 안 쓰고 끄적거리는 것도 안 하고. 그럼 난 뭘 하지?

어제 오늘 인터뷰 질문 중 하나는 당신의 지금 나이가 마음에 드세요? 였다.
참 심심한 질문이군 생각했는데
나올 얘기는 너무 뻔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뻔한 대답도 있었고 아닌 대답도 있었다.
스물일곱.
누군가에겐 마냥 어린 나이
때론 결혼 적령기?
이십대 후반
누군가에겐 마냥 많은 나이
내 룸메가 스물일곱 살일 때, 나는 그를 만났는데 그 때의 그 사람은 되게 어른스러워보였었는데
지금의 나는 아직도 애 같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살이나 나이를 더 처드신 룸메도 애 같다.

일년 단위로 선 그어놓은 나이라는 게 뭐 인생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산다는 걸 문득 또다시 깨달은 오늘은
여하튼 그 나이에 대해 열심히 기록하는 것도 참 재미있겠다 싶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어설프게 덤비면 안 되겠다 싶기도.

나이에 대한 소회를 하고 싶었거늘
요즘엔 뭐 써 볼라 하면 일 얘기로구나
망할놈의 성실한 노동자 근성
이 딴 걸 내 인생에 획득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좀 안 게으르다, 놀랍게도.
이사한 집을 보면서도 촬영해야 하는데 생각하는 거보면. 흠.

재미난 영상 몇 개 머리속으로 수백번 편집한 것들 있는데
지금은 일에 밀려 안드로메다로-

낼은 디비디를 구우면서 블질에 보다 전념해보아야지.

- 거리 사람들 1
오래간만에 촬영. 그것도 무작위 길거리 촬영.
어이없게도 낯을 약간 가리는 몹쓸 성미 때문에 깅님이 촬영에 섭외까지 수고가 많으시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참 신기하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 건가.
오늘 밖에 나와본 우리들 -우물 안 개구리 반이다의 깅과 나- 은 역시 우리끼리 얘기할 게 아니라 사람들을 좀 만나고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왜 그리 훌륭한 걸까.
이렇게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들이, 그런 20대들이 많은데 왜 세상에선 20대를 취업에 미쳐있는 애들 아니면 된장녀로 보는 건지. 흠냐.
네 번째 인터뷰를 허락해주셨던 J군은 목소리도 좋고 그의 인생관이 참으로 좋아서 열심히 친해져서 중매쟁이 노릇을 하여야겠다 결심했는데, 바보 같이 연락처를 잃어버렸다. 멍충이. 변태처럼 막 싸이월드 이런 데서 검색을 해 봤지만 역시 그런 걸 할 포스를 풍기는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찾지 못했다. 흑.여하튼 그 사람 말처럼 하나보단 둘이 낫고 둘 보단 셋이 낫고 혼자보다 모여서 얘기하는 게 좋다.
운명이라면 다시 볼 날도 오겄지...

- 거리 사람들 2
숭례문이 불에 탔다.
어쩌다보니 집이 그 근처라 나가고 들어오는 길 내내 그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무언가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의 형체를 실제로 본 적은 별로 없어서인지 내 마음도 어째 좀 스산하긴 했다.
그런데 꽉 막힌 도로에서 더 내 눈길을 끈 건 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거나 정말 멍-한 표정으로 숭례문을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흐렸던 오늘, 그 사람들의 모임-그것도 동그랗게, 한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은 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복원한다고 괜히 애쓰지 말고 그냥 그대로 놔뒀음 좋겠다.
아니, 그 모습이 익숙해지면 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런지 모르지.